[문화의 향기] 연극 무대에서도 환상적인 '해리 포터'

입력 2017-10-19 18:48
파격 캐스팅과 볼거리, 영리한 마케팅…
문화산업 부가가치 극대화 대표 성공사례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


이번에는 연극이다. ‘해리 포터’ 이야기다. 영국 런던 중심가의 유서 깊은 팰리스극장에서 2016년 7월 막을 올려 입추의 여지가 없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4월에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놀라운 매출을 기록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연극의 줄거리는 ‘해리 포터’ 소설의 후속편 성격을 띠고 있다. 암흑의 마법사 볼드모트와의 최후의 결전이 있은 지 19년이 지난 미래가 배경으로, 주인공은 해리 포터의 둘째 아들인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와 드레이코 말포이의 아들인 스콜피우스 말포이다. 원소스멀티유즈(OSMU)의 부가가치 창출공식의 하나인 시퀄 혹은 스핀 오프의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영화를 통해 보여준 뛰어난 마케팅 전략은 연극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나의 얘기를 두 개의 파트로 나눠 두 번 공연장을 찾아가야 모든 얘기를 알 수 있는 형식을 택했다. 즉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공연이 없고 수요일과 토, 일요일은 낮 공연과 밤 공연을 통해 1, 2편을 연이어 상연한다. 도저히 시간이 없어 하루에 한 편만 볼 수 있는 관객은 목요일 밤 파트 1과 금요일 밤 파트 2를 선택해 볼 수 있다. 한 편의 시리즈를 두 파트로 나눠 매출을 극대화한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의 마케팅 전략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 놓은 셈이다.

무대의 파격도 화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배우다. 영화에서 예쁘장한 여배우 에마 왓슨이 맡았던 헤르미온느가 연극에서는 파격의 주인공이 됐다. 흑인 여배우인 노마 드메즈웨니가 성인 헤르미온느로 나오기 때문이다. 피부색으로 배역을 정하지 않겠다는 ‘컬러 블라인드 오디션’의 영향도 있지만, 원작자인 조앤 롤링이 작품을 구상할 당시보다 당차고 자기주체성이 강한 여성으로 설정했던 것이 연극에 나오는 파격의 배경이 됐다.

다양한 볼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연극이지만 이 작품은 다양한 특수효과와 볼거리를 무대에 적용해 웬만한 뮤지컬이나 마술쇼보다 신기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폴리주스를 마시면 무대에 멀쩡히 서 있던 배우가 어느새 다른 배우로 뒤바뀌고, 마법세계의 감옥인 아즈카반을 지키는 암흑의 존재 디멘터들은 실제로 객석 관객의 머리 위로 날아다닌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펜던트를 돌리면 마치 영화 속에서 시간의 파동이 생겨나는 것처럼 무대가 울렁거린다. 여러 차례 눈을 부릅뜨고 특수 효과의 원리를 알아차리려 노력해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신비함만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해리 포터’ 연극은 당분간 영국 관광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을 올리는 공연장 자체가 좁다랗고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한 런던의 구시가지인 소호에 있다 보니 연극을 보고 길거리로 나서면 진짜 마법사라도 만날 것 같은 재미가 관광객의 발길을 이어지게 한다. 런던 북역의 9번 플랫폼에는 혹시 자신도 머글이 아니라 마법사가 아닐까 하는 환상으로 ‘3/4 플랫폼’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테마파크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얘기 하나가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지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일자리 부족을 말하며 대학에서 인문학을 경시하거나 관련 학과를 폐지하는 어떤 나라의 사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샘도 나고 부럽기도 한, 문화산업 부가가치 극대화의 대표적인 글로벌 성공 사례다.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jwon@s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