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과 자동차 업체 제휴처럼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융합'
산학연(産學硏) 함께 융합 역량 결집해야
김상은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2015년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는 65조9594억원으로 세계 6위권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4.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1위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개발비 활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연구 생산성이 낮아 핵심기술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고부가가치 특허가 아직 미흡하다.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 과학기술의 저성장 기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과 계기를 마련해야 하며 그 기반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돼야 한다.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드 슈바프 의장이 글로벌 의제로 내세웠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지식, 기술, 아이디어를 융합해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서비스, 문화를 창출하는 과학기술과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산업혁명이 기계, 에너지, 컴퓨터·인터넷 등 뚜렷한 핵심기술에 의해 촉발됐음에 비해 4차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축적된 지식, 기술, 아이디어 융합에 의한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종기업 간 동맹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화이자와 IBM의 항암 신약 공동 개발, 노바티스와 구글의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정보기술(IT) 기업과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적 제휴, 제조 업체와 IT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합종연횡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전략적 제휴, 신한금융과 아마존의 디지털 동맹 등의 예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가지 사업이나 기술만 가지고는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융합에 있다. 융합의 개념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 개념, 문화 등이 교차하며 만날 때 창조와 혁신이 싹튼다는 ‘메디치 효과’로부터 시작된다. 서로 다른 분야의 학문과 기술이 융합함으로써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과학기술 간의 융합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사람과 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과 인문학, 사회과학, 법제도, 문화예술, 디자인 등이 융합하는 이른바 거대융합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선진국보다 먼저 융합의 과학기술 연구 및 산업 현장 적용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정부 부처와 대학이 힘을 모아 융합교육과 융합연구에 나서고 있다. 이 결과 융합교육 및 연구기관이 양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융합교육 및 연구의 질적 성과를 토대로 융합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융합기관 간의 교류 및 협력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융합의 본질을 추구하고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융합기관 간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제 그동안 개별 기관 중심으로 축적해 온 융합의 역량과 성과를 결집하고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융합교육, 연구, 산업, 정책의 융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융합 네트워크와 융합 생태계 구축의 구심체로서 산·학·연이 참여하는 미래융합협의회가 2017 미래융합포럼에서 출범한다. 협의회는 산·학·연 융합기관을 연결해 융합교육, 융합연구, 융합산업 촉진의 중심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융합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융합협의회 활동을 통해 융합의 학문적, 기술적, 산업적 가치가 교육·연구·산업 현장에 뿌리내리고 융합 생태계가 활성화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공고한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김상은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