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샤오캉(小康) 사회

입력 2017-10-18 18:27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천자(황제)는 자기가 다스리는 천하를 모두의 것으로 여겨 어질고 능한 인물을 후계자로 선택했다. 사람들은 신의를 가르치고 화목을 실천했다. 천하가 한 집처럼 화합했으니 이를 대동(大同·다퉁)이라고 한다.”

유교 경전 《예기(禮記)》에 나와 있는 유가(儒家)의 유토피아다. 공자는 태평성대로 불리는 요순시대(堯舜時代)를 묘사하며 이를 이상향으로 꼽았다. 공자가 대동의 전(前)단계로 설명한 것이 ‘소강(小康·샤오캉)’이다. 전란 등 난세를 벗어나 백성의 삶이 안정된 상태를 말한다.

소강은 중국뿐 아니라 유학을 신봉하는 국가들이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이기도 했다. 조선 태종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거의 소강 이루기만을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태조 이성계도 과거시험 문제인 전시책(殿試策)에서 “전대(前代·고려)를 본받아 꼭 소강을 달성하려고 기약한다”고 했다. 조선뿐 아니라 유학이 득세하기 시작한 고려도 소강 사회를 지향했다는 의미다.

국가 발전 전략으로 소강과 대동을 다시 등장시킨 이가 중국의 덩샤오핑이다. 덩샤오핑은 1987년 ‘원바오(溫飽)-샤오캉(小康)-다퉁(大同)’의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원바오는 따뜻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는다는 뜻으로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단계다. 샤오캉과 다퉁은 예기에 나오는 말에 정치·경제적 의미를 더했다. 샤오캉은 기본적인 복지가 보장된 것, 다퉁은 모두가 잘사는 것을 뜻한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샤오캉과 다퉁을 구체화했다. 장 전 주석은 2002년, 샤오캉 사회 진입을 선언하며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3년 취임한 시 주석은 첫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언급하며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 샤오캉 사회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 다퉁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시 주석은 18일 개막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도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실현’을 재차 강조했다. 2020~2035년 샤오캉 사회의 기초 아래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35년부터 21세기 중반까지 부강하고 풍요로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대(공산당 창당 및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년의 꿈’을 집권 2기에 세분화해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만 바뀌면 ‘적폐청산’이다 뭐다 해서 정책 뒤집기에 열을 올리는 한국 정치권으로선 흉내내기도 어렵다. 부패, 언론통제 등 일당 독재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긴 하지만, 30년 전 덩샤오핑이 세운 국가 백년대계를 꾸준히 밀어붙이는 중국의 일관성이 부럽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