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차이나 인사이더'… 중한석화 7400억 들여 증설

입력 2017-10-17 20:13
최태원 회장이 7년 공들인 SK와 중국 시노펙의 합작사
2020년 생산량 40% 늘어날 듯


[ 고재연 기자 ] SK그룹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중한석화가 7400억원을 투자해 증설에 나선다. 제품 생산량을 40%가량 늘려 중국 내 최대 화학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가 7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중한석화는 2013년 10월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35 대 65의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 건립한 회사다. 한·중 수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석유화학프로젝트다.

중한석화는 연간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약 220만t의 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증설 작업이 마무리되는 2020년부터 생산량은 300만t으로 늘어난다. 주요 제품별로는 에틸렌이 110만t, PE가 90만t, PP는 70만t으로 각각 늘어난다.

에틸렌 등 범용 소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에틸렌 및 유도품 자급률이 60%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설은 생산 라인을 신설하는 대신 공정개선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 설비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부품을 교체하거나 신규 장착하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고효율 투자 방식이다.

중한석화는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집념이 일궈낸 사업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2006년 시노펙과 합작회사 설립 추진에 합의한 뒤 사업 추진을 진두지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 정부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자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등 난관에 부딪혔다. 그때마다 최 회장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시노펙 임원진을 만나고, 중국 정부에 조기 인가 협조를 요청하면서 물꼬를 텄고 7년 만인 2013년 합작사 설립에 성공했다.

중한석화는 가동 첫해부터 흑자를 내며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수많은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6000억원, 영업이익률은 2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올해도 왕위푸 시노펙 동사장(회장)과 직접 만나 면담하고 지역 정부와 투자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최 회장이 추진해온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겠다는 의미로, 중국에서 번 돈을 재투자해 현지화하는 구상이다. 이번 투자도 중한석화가 창출한 이익으로 자체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SK는 사드 보복에 한국 기업이 잇달아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역발상 투자’를 통해 올해에만 약 3조원을 중국에 투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번 투자는 SK와 시노펙 사이에 ‘공동 성장’에 대한 의지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화학사업 확장을 발판으로 중국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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