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황소랠리'
금리인상 '안개' 걷힌 미국 증시 연일 사상 최고
한국·브라질·멕시코·독일 등도 동참
글로벌 성장률 3.6%로 상승
유동성도 지속적으로 증가
소비 증가에도 물가 안정
IT발전으로 생산성 향상
고수익 성장주가 상승 주도
"닷컴 버블 때와는 다르다"
북핵 리스크·보호무역 등 세계증시 랠리에 '걸림돌'
[ 오춘호 기자 ]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또 한 차례 경신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37% 오른 22,956.9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25일 20,000선을 돌파한 다우지수가 9개월 만에 23,000을 넘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브라질 멕시코 독일 한국 등의 증시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동반상승’ 괄목
특히 선진국과 신흥국 간 동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는 연초 이후 30.57% 올랐다. MSCI 선진국 지수도 15.78% 뛰었다. 최근 몇 년간 신흥국과 선진국 증시는 서로 엇박자를 내왔는데 이번 랠리는 다르다. 미국이 금리인상 조짐을 보일 때마다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유출됐지만, 저금리 기조가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계속되면서 환차손을 우려해 이탈하는 자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신흥국 경제성장 기대감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지연도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시켰다.
아르헨티나는 올 들어 60% 급등했다. 브라질과 인도도 급상승해 세계 증시를 리드하고 있다.
미국 금리 불투명성 걷힌 게 주 요인
글로벌 강세장의 주된 동력은 세계 경제 회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6%로 수정했다. 지난 7월 발표한 3.5%를 0.1%포인트 올렸다. 투자와 무역도 개선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교역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나 증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본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컸다. Fed는 그러나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속도로 긴축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S&P500의 공포지수(VIX)가 17일 9.91로 1993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보통 경기 확장기에는 ‘물가 상승→금리 인상 우려 확대→주가 하락’의 과정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세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 상승폭은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에서 구조적인 물가 하락에 대한 압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셰일 혁명으로 유가가 안정된 것은 물가 안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공장 자동화가 진척돼 생산성이 향상된 것도 도움을 줬다.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는 것 또한 비용을 절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물가 안정 또한 증시 랠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완만한 상승기
물론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감세안은 여전히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북핵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고 각국의 보호주의 흐름도 세계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 또한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종료 이후 어떤 반(反)시장적 경제 정책을 내놓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미국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수익이 많은 성장주다. 1990년대 닷컴 거품기를 이끌었던 인터넷 주식이나 IT주 등과 성격이 다르다.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향후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펀드매니저들은 “내년까지 세계 경제는 완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2~3년 이내에 리세션(경기 후퇴)이 닥칠 수도 있지만 훨씬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리스크에 대비하고 지속된 성장을 이뤄가기 위해선 구조 개혁을 보다 진척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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