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 규정상 문제없다지만
전임자 아무도 통제 안했는데
'낮은 경호' 내세운 현 정부서
퇴근길까지 통제 "과하다" 지적
춘천서 버스타고 상경 모습
'보여주기 였나' 비판 일어
[ 성수영/김형규 기자 ]
지난 13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자택을 나선 김명수 대법원장이 관용차에 오르자 단지 앞 사거리를 지키던 교통경찰 무전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관용차가 단지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사거리 앞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 덕분에 평균 3~4분가량 대기하는 사거리에서 차량은 곧바로 좌회전 신호를 받아 서초동 청사를 향해 내달렸다.
17일 대법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김 대법원장이 출퇴근하는 오전 8시와 오후 7시를 전후해 송파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해당 교차로에서 대기하다가 관용차 출입에 맞춰 신호등을 조작하는 등 교통 통제를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장은 대통령 국회의장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3위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근거해 요청 시 업무 수행에 필요한 교통 통제 예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출퇴근까지 교통 통제 편의를 봐주는 것은 과도한 의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일선 경찰관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같은 대규모 행사 기간이라면 몰라도 가뜩이나 혼잡한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 통제로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역대 정부 요인을 통틀어도 이 같은 일상적인 교통 통제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전직 경찰 간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매일 출퇴근길에 교통 통제를 이용한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경호 대상자의 직책과 무관하게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교통 통제를 한다”며 “특히 ‘낮은 경호’를 내세운 이번 정부에서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대통령조차 교통 통제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근처에 번화가가 있고 해당 교차로가 지나치게 혼잡해 경호에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교통 통제를 했다”며 “대법원 실무진과 협의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 모습은 경찰 설명과는 상당히 달랐다. 사거리에서 대기 중인 차량은 열 대가 채 안 될 때가 많고, 길어도 3~4분이면 신호를 받아 통과하는 데 충분했다. 서울시 TOPIS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7일 오전 8시 기준 해당 교차로의 통행속도는 20.6㎞/h로, 도심 평균 속도(19.8㎞/h)를 웃돌았다.
김 대법원장은 탈(脫)권위적인 행보로 주목받아왔다. 후보자 지명 다음날인 지난 8월22일 양 전 대법원장 면담을 위해 서초동 청사를 방문하면서 당시 근무지였던 춘천에서 버스에 오르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과한 보여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춘천지법원장 재임 시절 출장 18회 중 그날 한 차례만 빼고는 모두 관용차를 이용했다는 게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지적이다.
대법원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교차로의 교통 통제를 중지하라는 지침을 전달했고, 경찰도 지난 16일부터 통제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통 통제 내역은 보안 사항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성수영/김형규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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