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파 틸러슨도 '폭탄 투하' 언급…"북한과 대화 노력은 계속할 것"

입력 2017-10-17 03:58
미국 외교·안보 라인 총출동…더 강경해진 대북 경고

틸러슨 "첫 폭탄 투하 전까지…" 외교·군사옵션 '투트랙' 경고
맥매스터도 "트럼프, 뭐든 할 것"…대북 압박 발언 갈수록 구체화
헤일리 "이란 핵 협정 검토는 북한에 보내는 완벽한 메시지"
EU, 더 강화된 북한 제재안 채택…원유수출 금지·대북 송금한도 축소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외교·안보팀 수뇌부가 15일(현지시간) 일제히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며 압박했다. 다음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점차 구체화하는 군사행동 시나리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노력은 첫 번째 폭탄이 투하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외교안보팀이 대북 군사옵션과 관련, 폭탄 투하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얘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서울에 중대한 위협이 없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고 했다. 군사옵션 발언과 구상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틸러슨 장관의 폭탄 투하 발언은 트럼프 정부의 대화 노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의 대화 노력은 시간 낭비’라고 비판한 데 대해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나에게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해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면 언제든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그는 “미군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고 군 지도부는 매일 (대북 군사옵션 관련) 계획을 다듬고 개선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계획들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라지만 반드시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美 “비핵화가 불변의 협상조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NBC, ABC 방송과 잇달아 인터뷰를 하고 “우리가 이란 핵협정을 검토하는 모든 이유는 북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중 한 명인 헤일리 대사는 “미국이 나쁜 합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완벽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며 “북한에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애걸하지 않을 것이고, 인센티브 및 그 비슷한 것으로 북한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도 이날 CNN 방송에서 “북한이 이 결정(이란 핵합의 불인증)에서 배워야 할 것은 미국이 북한과 매우 까다로운 합의를 기대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대북 군사행동을 경고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협상의 여지도 열어놓은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럽연합(EU)은 16일 북한에 대한 투자와 원유수출을 금지하고 대북 송금 한도를 대폭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강화된 대북제재안을 채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