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BIFF] 현직 대통령 첫 참석…문재인 소통 행보의 의미

입력 2017-10-16 11:13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많은 영화인들이 구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언급한 만큼 문 대통령 행보의 의미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구 일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상영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를 관람 후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와 인사를 하며 열린 소통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리 국민과 영화인들 모두가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세계 5대 영화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다"라며 "근래 2~3년간 침체된 것이 가슴 아파서 힘내라는 격려의 마음으로 오게 됐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영화제가) 성장한 배경을 생각하면 정부도, 부산시도 적극적으로 영화제를 지원하더라도 철저히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는 아예 영화제 자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국고 지원금이 반 토막 나고 영화제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반대하며 영화제 측과 겪은 갈등을 언급한 것이다. 영화감독조합과 일부 영화계 관계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몇 년간 부산국제영화제가 '좌파 영화제'라 해서 영화제 지원을 빌미로 정부와 부산시가 간섭했다"며 "영화제 초기와 같이 정부가 힘껏 지원하되 운영은 영화인에게 맡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개막작 '유리정원'(감독 신수원) 기자회견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언급됐다. 신 감독은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을 분류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상식적인 행위다. 어떤 일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는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강수연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제의 주인은 영화와 관객"이라며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존재하고 아름다운 영화가 계속 나온다면 부산국제영화제를 꼭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예비 영화인들과의 오찬을 함께 했으며, 일일 게스트 체험으로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고 VR시네마를 관람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갔다.

영화제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문 대통령의 참석 자체가 영화제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