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세월호 조작' 윗선 수사 확대…박근혜 전 대통령 청와대 '저격'

입력 2017-10-14 10:26
수정 2017-10-14 11:31

구속 연장이 결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세월호 관련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보고일지 및 위기관리지침의 사후조작 정황을 13일 검찰에 수사 의뢰했기 때문이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오후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보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명의의 수사의뢰서에서 보고일지 수정 행위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에,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무단 수정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 사례'로 언급한 만큼 수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맡아 온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법리 검토를 거쳐 늦어도 16일까지는 중앙지검에 넘기고 수사 부서에 배당해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수사에 착수하는 대로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은 파일을 면밀히 검토해 청와대 발표대로 일지와 지침이 사후 조작된 정황이 있는 게 맞는지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어 당시 문서 작성에 관여한 실무자들을 소환해 일지와 지침이 변경된 사유와 이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청와대 최고 수뇌부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건의 파문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김장수 전 안보실장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박 정부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들은 국회에서 오전 10시에 최초 서면보고가 이뤄졌다고 답변한 바 있다.

조작 사실을 알고서도 이런 답변을 했다면 위증에 따른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지침 불법 변경 의혹에 연루된 김관진 전 안보실장 역시 사실관계에 관해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적 책임을 넘어 국민 전체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드러난 결과를 보면 '세월호 7시간' 의혹은 '7시간 30분'으로 의혹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됐다.

이번 사후조작 의혹 파문은 박 전 대통령의 영장 재발부 심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판부에 압박 요인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여당은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보수 야당은 발표 배경과 시점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건은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정치 쟁점화 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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