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정려원·배수지·류화영의 공통점은?

입력 2017-10-13 19:17
노래 돼, 연기 돼, 다(多) 돼

아이돌 출신 여배우들 드라마 주연 맹활약
무대 아닌 안방서 시청률 뺏기 경쟁


[ 노규민 기자 ] 지난 10일 방영된 KBS 2TV 새 월화 드라마 ‘마녀의 법정’ 2회 시청률은 9.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독종 마녀’로 소문난 에이스 여검사 마이듬이 여교수 강간미수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 흥미를 끌면서 전날보다 2.9%포인트나 뛰었다. 이 때문에 SBS 월화 드라마 ‘사랑의 온도’가 바짝 긴장하게 됐다. 사랑의 온도는 이날 10.3%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는 지켰으나 박빙의 차이에 불과해서다.

밤 10시대에 방영되는 TV드라마의 시청률 다툼은 경쟁을 넘어 전쟁 수준이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할 것 없이 월화·수목·금토·주말 드라마까지 요일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드라마 전쟁의 전면에 선 여주인공 대부분은 아이돌 그룹 출신이다. 노래와 연기를 겸업하는 아이돌이 많아진 데다 연기력도 탄탄해서다.

날마다 만나는 아이돌 여배우

SBS ‘사랑의 온도’ 여주인공 서현진은 걸그룹 밀크 출신이다. 2001년 데뷔한 밀크는 SM엔터테인먼트가 ‘제2의 SES’라며 야심차게 내놓았던 그룹이다. 하지만 1집 활동 이후 돌연 해체됐고 서현진은 2006년 드라마 ‘황진이’로 연기를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자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드라마 ‘또! 오해영’ ‘낭만닥터 김사부’가 잇달아 히트하면서 ‘흥행퀸’의 자리에 올랐다. 사랑의 온도에서는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자신의 꿈인 드라마 작가에 도전하는 이현수 역을 맡아 시청률을 이끌고 있다.

KBS2 ‘마녀의 법정’에는 정려원이 출연한다. 2년여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정려원은 4인조 여성그룹 샤크라 출신이다. 남다른 미모로 주목받았던 정려원은 2004년 샤크라를 탈퇴한 뒤 이듬해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연기자로 전향했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여주인공 배수지는 JYP 소속 4인조 걸그룹 미쓰에이 출신이다.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연기력 논란으로 마음고생도 했지만 이제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과 함께 부동의 여주인공으로 자리잡았다.

KBS2 새 수목드라마 ‘매드독’에는 걸그룹 티아라 출신 류화영이 출연하고 있다. 2014년 단막극 ‘엄마의 선택’으로 연기를 시작한 류화영은 지난 3년 동안 단역, 조연을 가리지 않고 연기 스펙트럼을 쌓았다. 매드독을 통해 여주인공 자리를 꿰찬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평일뿐만 아니다. 종영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에서는 소녀시대 서현이 강소주 역을 맡아 액션과 로맨스를 아우르고 있다. 14일 종영하는 SBS ‘언니는 살아있다’에서는 씨스타 출신 다솜이 악녀 양달희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견인하고 있다. 1주일 내내 걸그룹 출신 여주인공들이 연기 향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너도나도 연기 도전

“가수가 무슨 연기야?”라고 하던 건 옛날 얘기다. 노래와 연기의 겸업은 이제 당연지사처럼 됐다. 최근 종영한 MBC ‘왕은 사랑한다’의 임시완과 윤아, KBS 2TV ‘맨홀’의 김재중과 유이는 모두 아이돌 스타였다. 14일 시작하는 tvN ‘변혁의 사랑’의 남자 주인공 최시원도 아이돌 스타다.

과거와 다른 점은 그룹 내 특정 멤버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연기에 뛰어들고 있는 것. 소속사들은 아예 아이돌 그룹을 만들 때부터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 예능 등에서의 활약을 목표로 멤버들을 키운다. 10~20대를 주축으로 하는 아이돌 그룹의 수명은 태생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어서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뀌고, 데뷔와 해체가 반복되는 가요시장의 급변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중요한 건 연기력이다. 주요 드라마의 주인공을 아이돌 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건 인기와 비주얼은 물론 연기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김영일 열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아이돌 스타들은 자신들이 평생 아이돌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출발부터 연기를 병행하며 ‘연기돌’로의 전환을 생각하는 아이돌이 많다”고 설명했다.

노규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