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 우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연장

입력 2017-10-13 18:37
2018년 4월까지 최장 6개월 가능

"중요 증인에 영향력" 검찰 주장 수용
친박 단체는 "민주주의 죽었다"

재판부, 주 4회 집중심리 계속
이르면 연내 1심 선고될 듯


[ 이상엽/고윤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13일 재발부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로 박 전 대통령의 구속기한은 오는 17일부터 내년 4월16일까지 최장 6개월간 연장 가능하다. 이르면 연내 1심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 불가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오후 5시12분께 공보판사를 통해 영장 발부 결정을 발표했다. 재판부는 영장심사를 위해 이날 오전 증인 신문을 마치고 오후 1시께 일정을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이 은밀한 정보를 보유한 점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중요 증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기존 증언을 번복시킬 염려가 있다”며 추가 구속영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점을 받아들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한 전례가 있어 석방되면 신속한 재판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검찰의 지적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어제(12일) 청와대가 세월호 관련 전 정부의 문건을 공개한 것은 하루 뒤에 있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개입한 것임이 분명해졌다”며 “법원이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부터 법원 앞에서 농성을 벌여온 친박 시민단체들도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고민 깊어지는 재판부

박 전 대통령 공판은 이날 79회를 맞았다. 매주 네 차례씩 숨가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삼성 관련 뇌물죄에 관한 심리를 중심으로 재판이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서야 블랙리스트 관련 증인 신문이 시작됐고, 문건 유출 혐의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출연 부분은 아직 심리가 열리지 못했다.

재판부는 앞으로도 주 4회 집중 심리를 벌이며 강행군을 이어갈 전망이다.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법원이 ‘피고인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가 있어서다. 검찰도 구속 장기화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 8월 95명의 증인 신청 계획을 무더기로 철회하기도 했다. 검찰이 신문 대상 증인을 줄일 경우 이르면 오는 11월 말까지 신문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속도를 내면 1심 선고는 이르면 연말께로 예상된다.

공판이 거듭되면서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핵심 혐의 중 하나인 승마 지원과 관련해 검찰의 공소장을 뒤집는 증언이 속속 나와 변호인단의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JTBC가 공개해 국정농단 사태에 불을 붙인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를 둘러싼 의혹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캠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무를 담당한 신혜원 씨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JTBC가 제시한 태블릿PC는 자신이 쓰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변호인단은 해당 태블릿PC에 대한 감정 신청을 하는 한편 신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어서 법정 공방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이상엽/고윤상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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