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생태계' 만드는 모빌아이… '자율자동차 눈' 하나로 4000명 고용창출

입력 2017-10-13 17:39
이스라엘 '모빌아이'의 혁신 현장
인텔 손잡고 자율주행차 상용화 속도내는 모빌아이

'안전' 집념이 '혁신' 낳았다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고 뒤 부품 공급 중단 '결별' 선언

'안전' 본질적 문제 파고들며 첨단 시스템 'ADAS' 개발
세계 각국서 잇따라 도입

'모빌아이 효과' 가속
매출 5년간 9배 늘어나 엔지니어 2~3년내 10배 확대

혁신 → 고용 → 창출경제성장
혁신적 창업 성공모델 주목


[ 추가영 기자 ]
예루살렘에 있는 모빌아이 본사 6층. 로비에 들어서자 이 회사의 기술혁신 성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은 박물관 안에 1~5세대 자율주행자동차용 시각인식 장치(비전 프로세서) 아이큐(EyeQ)가 전시돼 있다. 인식한 도로상황 중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자체 판단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칩이다. 1999년 데스크톱PC 본체 두 개 정도였던 칩의 크기는 최근 EyeQ 5로 오면서 손톱만 한 크기로 줄었다.

7개 층 중 5개 층은 연구실로 쓴다. 히브리대 연구실에서 창업한 회사여서인지 연구실은 공대 연구실과 다름없었다. 직원들은 히브리대 컴퓨터공학 교수를 겸하고 있는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그냥 ‘교수’라고 불렀다. 데이비드 오버만 모빌아이 글로벌세일즈담당 이사는 지난달 말 “예루살렘이 자율주행 기술의 세계 중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전에 무감한 테슬라는 안돼”

샤슈아 CEO는 미국 인텔에 인수된다는 발표를 할 당시 “돈이 아니라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순수한 연구 동기’가 이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샤슈아 CEO의 안전기술 개발 집념은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에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공급을 중단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5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주행하던 차가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개월 후 모빌아이는 테슬라에 더 이상 부품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샤슈아 CEO가 “아직 핸들에서 손을 떼고 운전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을 ‘핸즈프리’ 모드로 출시하고는 사고책임을 모빌아이의 ‘스마트 카메라’로 돌리면서 갈등이 커졌다. 독일 BMW에 차량용 칩을 공급하던 인텔과의 협력에 무게가 실린 배경이다.

◆“ADAS, 제2의 안전벨트 될 것”

그런 혁신 마인드가 기술 발전과 회사 성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EyeQ를 기반으로 한 ADAS는 차량 전방충돌 경고(FCW)와 차선이탈 경고(LDW) 기능으로 평균 35% 정도 충돌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모빌아이 측은 설명했다. AI칩을 통해 카메라 자체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버로 보내는 데이터 양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처리해 분석결과가 더 신속·정확하다.

모빌아이가 이끄는 인텔의 자율주행차 사업부는 BMW와 손잡고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각국 정부는 앞다퉈 ADAS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내년부터 모든 차에 ADAS를 장착하도록 했다. 대만, 싱가포르 정부는 ADAS 설치 비용의 일부를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중국과 한국은 신형 버스, 트럭부터 기존 차량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ADAS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글로벌 기업 R&D센터 집결

모빌아이를 비롯해 해외로 인수합병(M&A)된 이스라엘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본사와 연구개발(R&D) 기능이 이스라엘 현지에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기술로 또 다른 기업을 설립하는 ‘연쇄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혁신기업을 물색하는 해외 자본과 글로벌 기업의 R&D센터 등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 모셰 카흘론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모빌아이 매각 발표 당시 감세 방침을 예고했다.

삼성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은 이미 R&D센터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두고 있다. 창업기업을 매각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창업가를 ‘슈퍼스타’로 보는 이스라엘의 분위기도 혁신적인 창업생태계를 유지하는 기반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텔아비브·예루살렘=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