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정부, 스마트시티 확산 속도 낸다… 평가지표 개발해 인증제 추진

입력 2017-10-12 21:50
문재인 대통령 "스마트시티 강력 추진"
내년부터 '스마트시티 선도도시' 선정
신흥개발국에 신도시 개발경험도 전수

'스마트시티 비즈니스 페어' 열어
에너지·스마트홈 기술 보유한 기업 육성


[ 이해성 기자 ] 자율주행차가 흔하게 다니고 드론이 여러 용도로 날아다닌다. 에너지저감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적용된 건축물과 단지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고, 곳곳에서 창업 및 연구개발(R&D)이 이뤄진다.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4차 산업혁명의 모든 기술을 담는 그릇’이 스마트시티라고 간결하게 정의 내린 것을 현실에 적용한 모습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7대 신(新)산업 중 하나로 스마트시티를 선정하고 그동안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스마트시티는 아직까진 개념 차원에 머물러 있다. ‘실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일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시티’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 사업은 지난 8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부처합동 정책 토의에서 “스마트시티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강력하게 추진해보라”고 주문하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 부처 발걸음 빨라져

국토부는 지난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서울 부산 세종 등 12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스마트시티 확산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모인 첫 공식 자리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스마트시티를 야심차게 추진하라는 큰 숙제가 주어졌다”며 “모든 부처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함께 고민하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시티는 경기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판교 등 2기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 이들 신도시 건설 경험을 해외로 수출하는 데서 구체화되고 있다.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국토부와 월드뱅크(WB)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의 신도시 개발 경험을 ICT와 접목해 신흥개발국에 전파하기 위한 ‘국토부-WB 스마트시티 협력사업’을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최근 의견을 모았다. 국내 건설기술 및 통신솔루션 업체 정보를 신흥국과 공유하는 ‘스마트시티 솔루션 포털’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WB가 출·융자하는 각국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국내 민관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 컨설팅을 진행하고, 역으로 도시개발 수요가 있는 신흥국 관계자를 국내로 초청해 판교 등 스마트시티 수출모델에 대한 ‘스터디 투어’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의 신도시 개발 경험과 스마트시티 기술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향후 WB와 공동 펀딩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법’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관련 지원 사업을 준비해 왔다. 이 법은 스마트시티 개념을 소규모 기성 시가지로 확대하고 기술특화단지, 창업지원공간 설립 등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설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부터 스마트시티 인증 추진

국토부 관련 기관들도 스마트시티와 관련한 정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토연구원은 ‘스마트시티 인증지표’ 개발에 착수했다. 국토연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지표 기반 성과 평가를 스마트시티 성공 요소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는 평가 기준이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국토연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 및 인프라, 거버넌스, 혁신성 등으로 나눠 지표를 개발하고 내년부터 ‘스마트시티 선도도시’ 선정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연은 지난달 연세대 및 포르투갈 연구기관(CEiiA)과 ‘스마트시티 지표 및 인증 절차 개발’에 관해 협력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CEiiA는 브라질 프랑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등에서 스마트시티 관련 지표를 통한 평가 및 인증 시스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카타리나 셀라다 CEiiA 도시연구소 소장은 “한국 도시와 포르투갈 및 유럽 도시 간 장점을 공유하고 스마티시티 연구 성과를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 역할이 중요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국토교통과학기술원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지난달 초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월드스마트시티위크’에서 ‘스마트시티 비즈니스 페어’를 열었다. 김병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은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해선 창조적인 민간기업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에선 스마트시티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위한 전시관, 투자설명회, 채용상담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기업 전시관에선 공모를 통해 선정된 80개 업체가 교통 에너지 스마트홈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엔쓰리엔, 코위드원, 페라리스파워, 새눈, 메타빌드, 코너스톤테크놀로지, 뉴스젤리, 엠투파워, 아이티에스뱅크, 이에스이 등은 ‘10대 우수기업’에 선정돼 국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투자설명회에선 KDB캐피탈, 한국벤처경영원 등 17개 기관이 참석해 기술사업화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았다. 당시 현장에서 유망기술 보유 5개 업체에 대해 87억여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LH 등 27개 공공기관 등은 스마트시티 관련 분야 채용 상담을 진행했다.

◆스마트 시티

좁은 의미로 정보통신기술( ICT), 넓게는 신기술 전반을 활용하는 도시. 특정한 도시형태가 아니라 기존 도시문제를 해결한 도시 혹은 미래지향적 도시를 의미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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