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난 북한에 더 강경"…북한 외무상 "핵무기 협상 절대 없다"

입력 2017-10-12 19:41
미국, 연일 대북압박 계속
트럼프 '폭풍 전 고요' 의미 묻자 북한 겨냥 "이대론 못 놔둬" 경고

북한도 정면대결 예고
"미국과 힘의 균형 거의 도달"…핵개발 강행 의지 거듭 강조
중·러 '북핵 해법 로드맵' 구상엔 "현 상황선 협상 안돼" 수용 불가


[ 김채연 기자 ]
미국이 연일 고강도 대북 압박 조치와 잇따른 무력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북한 역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양측의 강(强) 대 강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대북 대화론을 주장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같은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더 강경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궁극적으로 미국과 세계를 위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 수뇌부와의 회동에서 폭풍 전 고요를 언급할 때 북한을 염두에 뒀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도록 놔둘 수 없다”고 답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북 군사 옵션을 집중 논의하는 등 연일 강경한 대응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도 미국과 정면대결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제와 실질적 힘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 목표를 향한 길에서 거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다”며 “핵무기가 대상이 되는 어떤 협상에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 외무상은 “우리는 위대한 최고영도자(김정은)께서 결정하신 경제와 핵 개발 병진 노선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며, 조국의 핵무력 완성을 위한 역사적 과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미 간 대화의 조건으로는 “우리는 미국이 근원적으로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핵 개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외무상은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북핵 해법 로드맵 구상에 대해 “러시아가 로드맵을 제안한 동기와 목적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미국이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 도를 넘는 대조선 군사위협에 집착하고 있는 현 상황은 협상을 진행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중·러 한반도 로드맵’은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한·미 양국은 연합 군사훈련 중단 △관련국들은 한반도 비핵화 등을 포함한 상호이해 원칙 확인 △모든 관련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지역 평화 안보 체제 구축 등을 논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무상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최대 원인은 미국 스스로에 있지만 미국이 주도한 불법적 제재 결의를 지지한 국가들도 적잖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만약 그들이 오늘날 우리를 향한 제재와 압박 책동의 돌격대가 되려고 시도한다면 자신을 파멸시키고 화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