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ster (6·끝)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기는 무서운 질병이다. 2000년 당시 세계적으로 말라리아 발병 숫자가 2억6200만 건, 사망자 수가 120만 명 이상이었으며, 사망자의 90%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더 가슴 아픈 일은 5세 미만 영유아 사망자가 전체의 42%라는 것이다.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모기장이다. 그래서 유명 할리우드 스타가 아프리카 가나에 모기장 10만 장을 후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10만 장의 모기장이 보급되자마자 지역 내 모기장 생산업체가 모두 도산해 버린 것이다. 그 지역에서는 이제 더 이상 모기장을 구할 방법이 없어졌다.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일임에도 지역 산업이 붕괴되고, 주민들은 원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하지만 전혀 다른 접근 방법도 있다. 탄자니아의 모기장 메이커 AtoZ텍스타일(A to Z Textile Mills Limited)이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모기장에 살충제를 입힌 새 제품을 개발했다. 그렇다고 회사 규모나 기술적인 면에서 말라리아 예방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이때 손을 내민 곳이 어큐먼 펀드였다. 이 펀드는 미국의 재클린 노보그라츠가 2001년 설립한 세계 첫 비영리 벤처캐피털이다. 어큐먼 펀드는 전통적 자선사업이 사회문제의 단기적 해결책만 제시할 뿐이란 문제의식에서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에 투자, 지속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 임팩트 투자를 하는 회사다. 어큐먼 펀드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지원하는 것보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모기장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판단으로 2003년 AtoZ텍스타일에 투자했다.
AtoZ텍스타일 대표적 성공사례
세계적인 투자사가 나서자 이번엔 일본의 스미토모화학이 동참했다. 스미토모화학은 모기장에 살충제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모기장 원료인 합성수지에 아예 살충제를 혼합하는 올리셋넷(Olyset net)이란 독자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올리셋넷은 모기가 닿기만 해도 죽는 살충 효과가 있다. 반복 세탁을 해도 효과가 5년간 유지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용 추천을 받았다. 스미토모화학은 2003년 이 기술을 AtoZ텍스타일에 무상 이전하기로 했다. 2007년에는 이 회사와 합병해 벡터헬스인터내셔널(Vector Health International Limited)을 설립해 33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간접 고용까지 고려하면 1만3000명 정도가 일자리를 갖게 됐다. AtoZ텍스타일은 어큐먼 펀드의 사회적 투자와 스미토모화학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연간 1000만 장에 달하는 모기장을 생산하게 됐고, 종업원 가족까지 고려하면 수만 명에게 안정된 삶을 제공했다. 단순지원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모델이다.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시혜적 지원을 하던 착한 기부자 역할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주체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활동을 해왔지만 대중의 평가는 기대 이하였던 게 사실이다. ‘선한 일조차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홍보를 위해 사회공헌을 한다’ 등의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공익사업을 하는 목적이 이윤 극대화를 위한 홍보 활동이란 생각이 있는 데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성이란 참된 마음이다. 말과 행동이 그 일의 목적이나 의도와 다르지 않음을 뜻한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결국 이윤 추구의 방편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대중은 기업에 소위 양가감정(兩價感情)을 갖게 된다. 영리기업에 순수한 공익활동이 가능할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사회공헌활동은 아무리 많은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도 이해관계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사회공헌의 목적을 홍보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회문제 해결에 둔다면 어떨까. 홍보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두고 홍보가 자연스레 따라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접근 방법이 오히려 홍보 효과까지 얻게 되지 않을까.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 맞춰야
공익프로그램을 평가하는 방식 중 하나인 로직모델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프로그램을 평가한다. 투입(input)→활동(activity)→산출(output)→변화(outcome)→영향(impact). 예를 들어 결식아동을 위해 기업이 1억원의 사업비로 도시락을 제공한 사업을 이 방식으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기업은 1억원을 내놓았습니다’(input)→‘맛있고 영양가 높은 도시락을 만들었습니다’(activity)→‘100명의 아동에게 7개월간 점심을 제공했습니다’(output)→‘도시락을 먹은 아이들은 굶는 아이들보다 키가 1.5㎝ 더 자랐고, 학교 성적도 평균 10점이 올랐습니다’(outcome)→‘정부에서 우리 사업 모델을 인정해 내년 복지정책으로 채택하고 1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impact).
많은 기업들은 그동안 얼마를 썼는지, 얼마나 많은 수혜자가 지원을 받았는지 즉 투입(input)과 산출(output) 단계를 홍보했다. 하지만 사회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가진 기업이라면 이 사업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outcome),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줬는지(impact)에 집중할 것이다. 이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업에 익숙한 시장경제 원리를 사회적 경제에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 경영방식을 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금융시장 방식을 도입한 사회적 투자 등이 대표적 트렌드다. 또 다른 변화로는 연합이 있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공헌 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독점하려는 방식에서 정부, 비영리기관, 다른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보다 큰 사회적 성과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 사회공헌을 내부의 시각으로만 해석하고 추진해서는 한계가 있다. 기업도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사회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감’과 ‘사랑’의 철학이 내재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대신 국민들이 인정하고 홍보해줄 것이다. 기업들도 사회적 성과에 목표를 두는 사회공헌 활동이 멀리 돌아가는 길 같지만 실은 가장 효과적인 지름길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김도영 < CSR포럼 대표 dykim99@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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