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기업] 로봇이 딱맞는 옷 찾아주면 3D 피팅… 롯데 'AI 쇼핑시대' 열었다

입력 2017-10-11 21:27
[ 류시훈 기자 ] ◆50년

롯데그룹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67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제과를 설립해 출범한 롯데그룹은 유통 관광 화학 금융 등의 사업을 거느린 재계 5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총매출은 1967년 8억원에서 2016년 92조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은 지속 가능한 질적인 성장을 위해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라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여기엔 롯데 브랜드를 통해 고객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롯데는 특히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4월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를 발휘해 급변하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며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아울러 △질적 경영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사회 변화에 발맞춘 신규 영역 개척 및 미래 성장 준비 △준법 경영과 나눔 실천 등을 통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기업이 될 것을 주문했다.

◆4차 산업혁명 대비

롯데는 전(全) 산업적 화두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우선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와 신뢰도 높은 상품 정보, 전문성 있는 조언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 기술인 ‘왓슨(Watson)’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다. 롯데와 IBM이 왓슨을 활용해 진행할 AI 혁신 테마는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와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이다.

먼저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는 챗봇(Chatbot: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람과 자동으로 대화를 나누는 소프트웨어) 기반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백화점 등 유통 관련 계열사에 도입할 예정이다. 고객이 스스로 검색해 상품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챗봇과 대화하는 방식을 통해 상품 추천 및 매장 설명, 온라인 픽업 서비스 안내까지 받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은 제과 및 푸드 계열사의 신제품 개발을 위한 전략 수립에 활용된다. 왓슨을 통해 다양한 외부 시장 데이터와 내부 시스템의 매출 및 제품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신사업 개발 및 출시를 위한 의사 결정에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롯데정보통신이, 데이터 분석은 롯데멤버스가 맡는다. 향후 그룹 전체를 통합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구축해 5년 이내에 전 사업 분야에 도입한다는 목표다.

각 계열사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분당점과 노원점 식품매장에 백화점업계 최초로 ‘스마트 쇼퍼’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마트 쇼퍼는 고객이 식품 매장에서 카트나 바구니 없이 단말기를 사용해 쇼핑하는 서비스다. 또한 본점에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3차원(3D) 가상 피팅 서비스’와 ‘3D 발 사이즈 측정기’도 비치했다. 지난 3월에는 본점에 업계 최초로 로봇 쇼핑 도우미 ‘엘봇’을 배치해 방문객에게 다양한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5월 롯데월드타워에 최첨단 스마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롯데카드의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인 ‘핸드 페이 시스템’을 비롯해 ‘바이오 인식 스피드게이트’ ‘무인계산대’ ‘전자동 냉장 설비’ 등 각종 첨단 기술과 인프라가 집약된 인공지능 편의점이다. 롯데닷컴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의류 상품의 이미지를 분석해 비슷한 색상 및 패턴을 지닌 상품을 찾아주는 ‘스타일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신성장동력 모색

롯데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2월 설립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같은해 4월 엘캠프 1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사업에 나섰다. 지금은 엘캠프 3기를 운영 중이다.

롯데는 엘캠프 참여 업체와 관련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엘캠프 2기 모비두는 롯데멤버스 엘페이(L.pay)에 음파 결제 시스템을 적용해 롯데슈퍼에 도입했다. 모비두는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비가청음파 전송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인증, 결제 솔루션을 개발한 업체다. 이 외에 엘캠프 1기 맵씨(남성패션 코디 추천 앱 운영)는 지난해 8월부터 롯데닷컴에서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데모데이와 같은 업계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는 엘캠프 프로그램을 포함해 40여 개 스타트업을 지원해왔다. 이 가운데 16개 스타트업은 추가 펀딩을 유치한 상태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최근 각광받는 하이테크 기업 투자도 늘릴 방침이다. 유망 스타트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펀드를 결성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주사 전환… 경영 투명성 제고

지주사 전환은 롯데그룹의 새로운 50년을 위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는 지난 8월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4개 회사는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각각 분할되고,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회사의 투자 부문이 합병돼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4개 회사가 상호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관계가 정리돼 순환출자고리가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롯데는 2015년 416개에 달하던 순환출자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67개로 줄였는데, 이번 분할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는 18개까지 줄어들게 됐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로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경영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주 중심 경영문화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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