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이 고집한 모성…득 혹은 독

입력 2017-10-10 17:21
수정 2017-10-11 14:24

'친구'의 곽경택 감독의 새 영화 '희생부활자(RV:Resurrected Victims)'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억울한 죽음 뒤 복수를 위해 살아돌아온 사람들을 뜻하는 '희생부활자'라는 소재로 복수와 용서 그리고 모정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검사 진홍(김래원)은 7년 전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했던 엄마 명숙(김해숙)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전화를 받고 충격에 빠진다. 엄마가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번째로 판명된 희생부활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 돌아온 명숙은 복수의 대상로 진홍을 공격하면서 굳게 감춰졌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10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곽경택 감독은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만 찍어왔다가 이런 영화에 도전해보고자하는 용기가 났다"라고 제작 이유를 말했다.

이어 "서양의 좀비와 동양의 귀신사이 RV라는 존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즐겨보는 다큐멘터리에서 원인을 알 수 없이 체내 발화를 일으키는 사건을 보고 영화적으로 접목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신선한 소재이지만 익숙한 수사극의 형태로 전개된다. 곽 감독은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소재의 선택과 모성에 관한 선택 때문에 갑론을박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신선한 소재를 잘 버무려서 엔딩을 깔끔하게 끝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해냈을 것 같다. 머리를 싸매고 아무리 고민해도 이렇게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기심만 가지고 출발 하지 않았다는 작가로서의 당위성을 고집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어머니와 아들간의 기본적인 윤리가 우리 주변에서 무너지는 것을 뉴스로 봤고, 그것이 많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처음 제목이 '부활'이었는데 괄호 속에 모성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었다. 처음과 끝의 결이 같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국민 엄마' 김해숙은 인자하고 따뜻한 엄마의 모습이 아닌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와 아들을 공격하는 명숙 역으로 연기의 결을 달리했다. 그는 최근 남성 중심의 영화가 판을 치고 있는 중에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와 중견 배우의 저력을 보여준다.

김해숙은 "요즘 여배우들이 할 작품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중견 여배우로서 그 짐을 지고 후배 여배우들이 올라올 수 있는 계단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래원은 희생부활자가되어 돌아온 엄마 명숙의 죽음을 쫓다 범인으로 지목된 진홍을 연기해, 다양한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스크린에 옮겼다.

그는 "오늘 처음 영화를 봤는데 제 입장에선 아직도 혼란스럽고 어렵다. 촬영 당시 감독님이 귀찮아할 정도로 물어봤다. 의문을 갖고 고민하고 힘든 모습을 보고싶어서 명확한 답을 안주셨나 싶었나 싶다. 감정 절제 부분, 눌려져 있는 모습을 집중해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김래원과 김해숙은 이번 영화를 통해 영화 '해바라기',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이어 세 번째 모자 연기를 펼쳤다. 김래원은 이에 대해 "엄마가 처음 저를 위협할 때 굉장히 당황했다. 카메라에 잘 담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해숙은 "배우들끼리 사이가 좋으면 케미가 깊어지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적으로 배우로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눈빛만 봐도, 어떤 역할을 해도 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세 번째지만 최고의 호흡이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희생부활자'는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각색한 영화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후 진짜 범인을 심판하기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해숙, 김래원, 성동일, 전혜진 주연. 오는 12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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