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장관이 '한국전쟁'이란 책을 추천한 이유는

입력 2017-10-10 11:15
수정 2017-10-10 12:56
매티스 장관, 6 25 전쟁 다룬 'This Kind of War' 추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9일(현지시간) 책 한권을 추천했다.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기조연설을 하고 난 뒤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서다.

당시 사회자는 매티스 장관에게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미군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매티스 장관은 구체적인 답변 대신 페렌바크(T.R. Ferhenback)의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이란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이 책은 페렌바크가 6·25 전쟁에 실제 장교로 참전한 뒤 귀국해 펴낸 한국전쟁 실록이다. 페렌바크는 나중에 역사학자가 됐고 한국에선 오래 전 ‘한국전쟁’이란 제목으로 출간됐으나 현재는 절판됐다. 한국전쟁 초기 미군의 패착과 작전 실패를 주로 다뤄 미군 지휘관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여겨지는 전쟁사의 고전이다. 6·25 전쟁 기록물들은 장군을 비롯한 고위 지휘관들이 펴낸 것이 대부분인데 최전방 전투실무자인 위관급 장교가 서사 형태로 전쟁의 실상을 전했다.

페레바크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은 힘을 시험한 전쟁이 아니라 의지를 시험한 기묘한 전쟁”이라고 했다.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진영을 지키려는 ‘의지의 힘’을 겨뤘다는 설명이다.

또 6·25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하나였던 ‘피의 능선’ 전투에 대해선 “보잘 것 없는 이 둥근 언덕 세 개(‘피의 능선’)를 차지하려고 4000명이 넘는 아군병사들이 목숨을 바쳤다”고 전쟁의 참상과 허무함을 묘사했다. 피의 능선은 해발 1000m 이상인 강원도 양구 북방 수리봉 일대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철원 '백마고지', 양구 '단장의 능선'과 함께 ‘피의 능선’을 6·25전쟁 당시 처절한 전투현장 예로 든 곳이었다.

매티스 장관이 이 책을 왜 추천했는 지는 해석이 분분하다. 매티스 장관 말대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미군의 역할을 이 책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니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유사시를 대비해 군사 대응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 뒤 이 책을 추천해 철저한 군사적 대비 차원에서 이 책을 강추했다고 볼 수도 있다.

페렌바크의 저서의 원제목(This Kind of War)을 ‘이런 전쟁’‘어떤 전쟁’ ‘이 따위 전쟁’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한 것 만큼이나 매티스 장관의 책 추천 의도도 다양한 풀이를 낳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