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공원 음주난동 꼼짝마'… 현행범으로 체포

입력 2017-10-09 18:53
경찰, 벌금 5만원 → 60만원…전과기록 남기는 법 개정 추진

연 3만건 음주난동 단속 강화
그동안 제재수단 없어 속수무책
솜방망이 '경범죄처벌법' 개정키로
"해외선 만취 자체가 범죄행위"


[ 이현진 기자 ] 지난 8일 새벽 1시께 서울 연남동의 한 고깃집.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테이블마다 시비를 거는 취객을 말리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경찰관 두 명이 달라붙어 겨우 진정시켰지만 신고자인 아르바이트생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음식점에서 취해 난동을 피우더라도 범칙금 부과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그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주로 귀가 조치시키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현장 경찰관 의견 모아 의원입법 추진

식당, 공원, 편의점 등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소란 문제가 연 3만 건에 달하지만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범죄처벌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주취소란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과 전문가 의견을 모아 의원입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음식점·편의점·공원·길거리 등 일반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소란은 5만원의 범칙금 처벌을 받는다. 체포 등 다른 제재 수단은 없다. 한 현장 경찰관은 “술에 취해 말도 안 통하는 사람에게 5만원 범칙금을 통고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주취자를 실질적으로 말리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피해 신고자들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경찰은 일반 공공장소 음주소란 처벌 기준을 관공서 기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관공서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릴 경우 ‘6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한다. 범칙금과 달리 벌금은 전과기록으로 남는다. 행동이 지나칠 때는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 단계”라며 “주취 문제에 다들 공감하고 있어 법안 추진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속보다 인식 바꾸는 교육 선행돼야

일반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소란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1만5356건이던 처벌 건수는 지난해 말 2만9677건까지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8월 말까지 1만4089건에 달한다. 음주소란은 특히 신고를 받고 말리러 온 경찰관을 폭행하는 사건으로 비화되기 일쑤다. 지난달 21일 대구 감상동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한 A씨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5월 경기 오산시 원동어린이공원에서 ‘청소년들이 술 마시고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10대가 입건되기도 했다.

주취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술에 관대한 문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의 경우 일본과 독일을 제외한 영국, 미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있는 것 자체가 범죄로 체포될 수 있다. 술집에서 술에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것 자체를 ‘취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는 문화 탓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인식을 바꾸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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