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없이 혼자 영업하는 1인 자영업자가 국내에 너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나홀로 사장’은 398만2000명으로 OECD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 38개국 중 네 번째로 많다. 인구가 2.5배인 일본이 한국의 10분의 1인 39만7000명(21위)인 것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OECD 최고수준인 자영업자 비율은 그 자체로 후진국형 경제구조를 보여준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경제가 나빠질 때 먼저 충격 받으면서 전체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발표가 임박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부동산시장 안정화와 함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자는 취지다.
한국에 자영업자가 유난히 많은 데는 여러 분석이 있다. 동업에 서툰 전통, 가족의존형 사업문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골목상권 보호 같은 ‘상생 정책’도 도소매 음식점 개인서비스업 등 생계형 자영업 창업을 부추겼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고용시장의 경직성 문제와 떼어 놓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직장을 한번 떠나면 치킨집 커피점 푸드트럭 정도 외에는 생계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노조가 ‘해고는 무조건 불가’에 집착하고 정치권이 이에 동조하면서 고용시장은 좋은 일자리를 줄이고 재취업을 막아버리는 악순환의 길에 들어섰다. ‘자영업 진출 3년 뒤 생존확률 37%’(2015년)라는 레드오션에 ‘나홀로 사장’들이 속속 뛰어드는 현실은 그 결과다.
고용의 경직성은 고용시장의 외곽지대를 못 보거나 안 보기 때문에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노동기득권이 공고해질수록 중도퇴직자, 청년백수 등 ‘취업예비군’의 목소리는 반영 통로가 좁아진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해고요건 완화를 담은 양대지침 폐기, 최저임금 1만원 등 일련의 친노동 정책이 그렇다. ‘그래서 사회안전망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노동시장의 약자로 흩어진 모래알인 취업준비자들에겐 궁색한 논리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역할이 중요하다. 한경과의 와이드 인터뷰(10월9일자 A1, 8면)에서 그가 고민의 일단을 피력하면서 양대 노총의 양보를 촉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어떤 길이 고용시장 밖 진짜 약자를 위하는 길인지 더 살펴야 한다. 자영업자의 취약성 문제에 직결될 정도로 고용시장 제반 법규와 규칙의 영향은 길게 미친다. 지난 2분기 0.6% 성장에 이어 3분기도 이 수준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업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면 나홀로 사장들의 비명도 커질 것이다. 독일 하르츠개혁이 그렇듯, 고용시장 바깥을 보는 노동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