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서울 문래동·강릉 명주동…쇠락한 도시, 문화·예술 옷 갈아입다

입력 2017-10-09 15:12
수정 2017-10-09 15:14
한국관광공사 선정
새 관광 트렌드로 뜨는 도시재생지


[ 최병일 기자 ] 쇠퇴한 도시를 새롭게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 ‘도시재생’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쓰레기 섬을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시킨 일본 나오시마의 사례처럼 한국에도 황량했던 지역을 문화와 예술로 채워 새롭게 재생시킨 곳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철공소에서 예술가들의 창작소로 변한 서울의 문래동. 활력을 잃었던 강릉의 명주동은 이제 커피와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도시재생을 통해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가 된 여행지로 떠나보자.

다시, 예술로 피어난 문래창작촌


한때 서울에서 가장 큰 철강 공단 지대였으며, 지금도 철공소 1000여 곳이 있는 문래동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면서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을 얻었다. 공장 담벼락과 철문, 거리 곳곳에 이곳이 예술로 다시 피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그림과 조형물이 생겼다. 그 덕분에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문래동을 찾는 젊은이의 발길이 이어진다.


문래동의 도시 재생을 예술가들이 이끌었다면,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와 힘을 합쳐 성수동 일대를 ‘수제화거리’로 만들고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인근 서울숲에 있는 ‘나비정원’도 낡은 정수장을 활용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지는 ‘재미로’는 만화 캐릭터로 꾸몄다.

문화와 예술의 옷 입은 강릉 명주동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자리한 명주동은 고려 시대부터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한때 강릉시청과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나란히 있었지만, 시청이 이전하고 다른 곳에 번화가가 생기면서 명주동의 중심 역할은 사라졌다. 편안하게 늙어가던 명주동은 강릉문화재단이 명주예술마당, 햇살박물관, 명주사랑채, 작은공연장 단 등 문화 공간을 운영하면서 강릉커피축제, 명주플리마켓, 각종 콘서트와 공연을 열어 활기가 넘친다. 호젓한 골목길을 따라 문화 공간, 객사 터인 강릉대도호부 관아, 등록문화재인 임당동성당 등을 둘러본다. 왁자지껄한 중앙·성남시장에서 점심과 주전부리를 즐기고, 남대천을 따라 안목해변까지 걸어도 좋다. 안목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와 함께 여행을 마무리하자. 강릉문화재단


도시가 품은 시대 대전 대흥동과 소제동

대전 대흥동과 소제동이 뜨고 있다. 대흥동에는 재개장한 카페와 오래된 맛집이 많고, 소제동에는 1920~1930년대 지은 철도관사촌이 있다. 모두 오래된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 더욱이 두 동네는 최근 10여 년간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한 재생 작업이 꾸준히 진행돼 도시가 걸어온 시간을 한층 풍성하고 멋스러운 이야기로 들려준다. 근대부터 100년이 넘는 시간을 타박타박 걸으면서 만나고 싶다면 대흥동과 소제동을 찾아라.


대전역을 기준으로 대흥동은 서쪽, 소제동은 동쪽에 있어 연계해 둘러보기 좋다. 하루 종일 도심을 걸었다면 우암사적공원에서 운치 있는 자연을 만끽해보자. 여독은 온천욕으로 풀자. 유성온천단지에 무료 족욕체험장이 있다. 대전시청 관광진흥과

옛 쌀 창고의 변신,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

충남 서천에는 1930년대 건립된 미곡 창고가 지역민과 여행자를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이 있다. 2014년 등록문화재 591호(서천 구 장항미곡창고)로 지정된 이곳은 전시와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과 카페를 갖춰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기 좋다. 문화예술창작공간 뒤쪽에는 장항 6080 음식 골목길과 서천군에서 유일한 개봉관인 기벌포영화관도 있다. 판교면 현암리는 낡고 허름한 풍경이 매력적인 시골 마을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독특한 분위기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이끈다. 장항읍에는 국립생태원과 신성리 갈대밭,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 등 하루 코스로 엮어 돌아볼 만한 명소가 많다. 홍원항에서 가을 별미 전어 요리를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서천군청 문화관광과

활력 넘치는 예술촌 마산 창동예술촌

마산 창동은 한때 경남에서 가장 번성한 곳이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몰락한 창동은 2011년 도시 재생 사업이 시작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빈 점포를 공방과 아틀리에로 꾸몄고, 젊은이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무료로 대여하는 한복을 입은 젊은 여행자가 골목마다 들어선 갤러리와 카페를 돌아보며 생기를 불어넣는다. 1955년에 개업한 ‘학문당’, 클래식 다방 ‘만초’, 빠다빵으로 유명한 ‘고려당’, 문 연 지 40년이 넘은 헌책방 ‘영록서점’도 창동의 옛 낭만을 전해준다.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을 전시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재미난 벽화를 구경하며 걸을 수 있는 가고파꼬부랑길벽화마을, 마산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마산수산시장과 함께 추석 여행 코스로 짜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창원시청 관광과

동화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인천 송월동

인천은 한국에서 세 번째로 개항한 도시다. 그 중심이 인천항을 품은 중구다. 개항 당시 각국조계에 속한 중구 송월동은 독일인이 주로 거주한 부촌이었다. 번성하던 송월동은 1970년대 들어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개발되는 인천 주변 도시와 서울로 떠난 탓이다. 낡은 건물과 노인만 남은 송월동에 중구청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3년에 시작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송월동을 동화마을로 완벽하게 바꿔놓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짜장면을 선보인 차이나타운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다시 주목받은 인천아트플랫폼, 개항 당시 인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개항장거리 등도 인천 중구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인천시 중구청 관광진흥실


숲길과 옛 골목, 카페거리 광주 동명동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은 숲길과 오붓한 골목, 카페거리가 공존하는 동네다. 마을을 에워싼 푸른 숲길,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책방,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골목이 어우러진다. 동명동 카페거리에는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동명동 여행은 ‘푸른길’을 따라 거닐며 가을 산책에 나설 일이다. 동명동 재생의 버팀목이 된 푸른길은 시민들이 주도해 경전선 폐철도가 산책로로 변신한 곳이다.


길목에서 만나는 일상과 연계된 건축물 광주폴리 역시 생활의 쉼표가 된다. 동구 일대는 예술과 문화라는 자양분으로 거리를 지켜낸 흔적이 도드라진다. 옛 도청 자리에 세워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궁동 예술의 거리 등이 발길을 부추긴다. 새로운 명소 1913송정역시장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광주시청 관광진흥과

역전의 전성기를 호출하다, 영주 후생시장

경북 영주시는 근현대에 영주역과 함께 발전했다. 후생시장은 1955년 당시 영주역 인근에 생겨났다. 적산 가옥을 본뜬 길이 100m 상가 형태가 다른 지역과 구별된다. 처음에는 곡물 시장으로 문을 열었고, 나중에는 전국 단위 고추 시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영주역이 가까워 기차 소화물로 서울과 철암 등지까지 판매했으며, 1970년대 초까지 영주에서 가장 번화했다.


영주역이 이전하면서 쇠락한 후생시장을 비롯한 옛 거리에 활력을 되찾기 위해 2014년부터 진행한 도시 재생 사업으로 부활했다. 올해가 시행 마지막 해다. 후생시장은 상가의 기본 틀은 살리며 정비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서천 자전거공원은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한다. 무섬마을까지 가는 12㎞ 코스에 이용하기 적당하다. 편안한 휴식은 국립산림치유원이나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를 추천한다. 영주시청 새마을관광과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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