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금융지형 바꿨다
카뱅 출범 두달…금융시장 커지는 '메기효과'
[ 이현일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금융산업의 판도가 확 바뀌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대출 금리와 수수료를 낮췄다. 중금리 대출시장에선 개인 간(P2P) 대출 업체들이, 해외송금 시장에선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기존 금융회사들과 경쟁에 나서면서 소비자 금융산업의 판이 급변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 인하 경쟁
카뱅·케뱅 돌풍은 당장 기존 은행의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불러왔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개인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8월 기준)는 연 2.71%로 지난 7월(연 4.36%)보다 1.65%포인트 낮아졌다. 최저 연 1%대 금리의 경찰공무원 대출이 포함된 걸 감안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3.54%인 카카오뱅크와 경쟁하기 위해 금리를 낮춘 것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7월 연 3.10%였던 신용등급 1~2등급 대출 금리를 연 3.04%로 낮췄다. 이 역시 카카오뱅크 대응책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보면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현상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7월 영업개시 이후 신용등급 1~2등급인 소비자에게 연 3.10%(8월 평균)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자 은행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출범 이전인 지난 6월 연 4.58%이던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를 8월에 연 3.89%로 낮췄으며,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연 3.52%에서 연 3.46%로 금리를 내렸다.
‘카뱅보다 더 편하게’ 간편대출 경쟁
은행들의 모바일 플랫폼도 일제히 바뀌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카뱅 출범 이후 백화점식으로 메뉴를 나열하던 스마트폰 뱅킹 앱(응용프로그램) 대신 간결하고 직관적인 화면으로 구성된 모바일 뱅킹 앱을 속속 선보였다.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사용도 줄이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모바일 뱅킹 서비스 ‘리브’를 인터넷전문은행의 앱에 버금갈 정도로 간소화했다. 신한은행도 내년 초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모바일 뱅킹 앱을 내놓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IBM의 인공지능(AI) 왓슨의 한글화를 총괄한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소액 간편대출 서비스도 속속 등장했다. K뱅크가 슬림K·미니K 대출, 카카오뱅크가 ‘비상금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간편대출 상품을 내놓자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사용하는 고객층을 겨냥한 상품이다.
신한은행이 최근 선보인 ‘포켓론’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S뱅크 또는 써니뱅크를 이용해 신청할 수 있는 24시간 소액 대출이다. 국민은행은 모바일 뱅킹 플랫폼 ‘리브’를 통해 소액 신용대출 서비스를 내놨다. 일정 조건을 갖추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최대 300만원까지 빌려주는 간편대출이다.
해외송금 수수료 전쟁
해외송금 시장도 일대 변화가 진행 중이다. 카카오뱅크가 해외송금 수수료를 기존 은행의 10분의 1인 최저 5000원 수준으로 낮추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해외송금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신한S뱅크, 외국인 전용 글로벌S뱅크, 써니뱅크를 통해 연말까지 건당 3000달러 이하를 해외로 송금하면 송금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국민은행도 지난 8월 동남아시아 15개국에 송금 수수료 없이 전신료 1000원만 내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KEB하나은행도 80여 개 중국 현지은행과 협약을 맺고 500달러 이하를 송금하면 최저 10달러 수수료만 받는 ‘KEB하나 차이나 WU-D2B’를 출시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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