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정권 속성 재확인시켜준 개성공단 '몰래 가동'

입력 2017-10-08 16:14
북한은 8일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엔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주권은 공화국에 있다”며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6개월 넘게 은밀히 가동하고 있다”는 지난 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를 시인한 것이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개성공단은 북한 측이 부지와 근로자를 제공하고, 한국 기업은 공장·기계·원자재 등을 공급해 생산을, 한국 정부는 공장 부지 조성과 전력 공급 등을 각각 맡았다. 1조원에 육박하는 개성공단 내 시설과 장비 등은 우리 정부와 124개 입주 기업 소유다.

2006년 체결된 ‘남북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에는 ‘상대방 투자자산을 국유화 또는 수용하거나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마음대로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 행위다. 북한 정권과의 합의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지난해 2월10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것은 북한의 잇단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때문이었다. 국제 사회가 대북 제재에 고삐를 죄고 나선 이상 ‘북한 정권 달러 유입통로’로 지목된 개성공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동 중단 책임을 져야 할 북한이 지난해 3월 남측 자산 청산 선언에 이어 몰래 가동에 나선 것은 날강도 행위나 다름없다.

우리 정부의 늑장 대응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 통일부는 북한이 몰래 가동을 시인한 후에야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북한은 우리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북한이 6개월 넘게 가동했다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지난 8월 개성공단 내 남측 차량 100여 대가 사라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을 때도 정부는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공단 가동 사실이 밝혀진 이상 정부는 성명에 그칠 게 아니라 북한의 비상식적 조치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남북한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합의부터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