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밀월관계'…미국만 '왕따'?

입력 2017-10-05 20:08
수정 2017-10-05 20:09
살만 국왕 첫 러시아 방문, 레드카펫 깔고 환대한 푸틴
두 산유국의 에너지 협력 강화...감산 계획 연장 논의도


중동내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진 사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협력 관계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첫 정상 방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레드카펫’을 깔며 극빈으로 대했고, 살만 국왕을 환영하는 포스터를 길마다 줄세우며 환대했다.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역사적인 만남’ ‘러시아 국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두 정상은 5일 회담에서 30억달러 규모의 합작 투자 거래에 사인을 할 예정이다. 이번 합작 투자엔 러시아 석유화학기업 시부르사의 사우디 공장 건설(11억달러), 공동 에너지투자펀드 조성(10억달러) 등이 포함된다.

살만 국왕의 이번 방문은 지난 5월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국부펀드(RDIF)에 1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이후 성사됐다.

CNBC는 이번 방문이 세계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맏형’인 사우디가 최근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해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러시아와 OPEC이 국제유가 안정화를 위해 2018년 3월까지 원유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한 이후, 러시아와 사우디의 관계는 한층 두터워졌다. 이번 회담에서 감산 계획을 연장하는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최종 감산 계획은 다음달 30일 열리는 OPEC 회의에서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밀월관계가 에너지 동맹을 형성하고, 정치·경제 분야 협력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크로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위퍼 선임연구원은 “걸프국내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한 가운데 러시아가 사우디와의 에너지 협력 관계에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전통적인 미국의 맹방이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미국의 공격적인 셰일석유 개발로 OPEC의 영향력이 한층 축소되면서, 사우디가 미국에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됐다.

러시아와 사우디의 에너지 협력이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키릴 드미트리브 RDIF 최고경영자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석유 외에도 협력할 부분이 많이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미국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앞으로도 사우디의 핵심 파트너로 남아있을 것이다”며 선을 그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