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그룹 나이스그룹 대명그룹 등 국내 중견기업들이 신사업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대규모 자금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하림그룹이나 SM그룹 등이 M&A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한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성장 전략을 바꾸는 추세다.
국내에서 M&A 자문사로 활동하는 투자은행(IB)들 사이에 최근 '핫'한 중견기업은 AJ그룹이다. 지난해부터 계열사인 AJ렌터카의 매각설 때문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최근에는 사업 확장을 위해 적합한 매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전에 참전한 것이나, 최근 주차설비 1위 업체 동양메닉스를 사들인 것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AJ그룹의 주력사업은 파레트·정보기술(IT)장비 등을 기업들에 대여해주는기업간(B2B) 렌털과 장단기 차량 렌털이다. B2B 렌털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성장성은 크지 않다. 차량 렌털사업에 기대를 했지만 수 년전부터 롯데렌탈, SK네트웍스 등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차량 렌털사업은 자금을 빌려 자동차를 산 뒤 장기간 수익을 나눠 받는 일종의 금융업이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이는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경쟁자인 롯데렌탈과 SK네트웍스의 신용도가 'AA-'인데 비해 AJ렌터카의 신용도는 'A-'에 불과하다. 회사채 조달금리만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AJ그룹에서도 공식적으로는 AJ렌터카 매각에 대해 부인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기업과 경쟁에서 밀리기 전에 팔아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룹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확보한 뒤에야 매갹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려있다. AJ렌터카의 기업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매각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회사 인수가 필요하다.
IB업계 관계자는 “렌털이나 자동차 등 그룹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동양메닉스처럼 100억~200억원대의 회사 인수도 검토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동양매직급의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NICE평가정보(신용평가), 한국전자금융(ATM) 등 2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나이스그룹도 M&A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중견기업이다. 올해 6월에는 BGF핀링크를 인수하며 국내 CD·ATM 시장 1위에 등극하는 등 몸집을 불리기 위한 M&A도 적극 나서는 등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나이스그룹의 계열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전자금융 등은 모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만큼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내수시장에 국한돼 있고 대부분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사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룹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2013년에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다수의 M&A를 검토한 끝에 2015년에는 독일의 자동차 휠 제조사인 비비에스(BBS)를 사들이는데 성공했다.나이스그룹의 M&A에 대한 관심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발 맞춰 헬스케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관련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는 기업도 있다. 국내 1위 리조트업체인 대명그룹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명그룹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상장기업인 부바(BUVA)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취득했다. 부바는 아릴라(Alila)라는 럭셔리 리조트 체인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로 발리 등 인도네시아 주요 지역에 5성급 리조트 3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대명그룹은 부바에 지분 투자를 실시하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레저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최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리조트 인수를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 확장의 진출 경로를 탐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5월에는 베트남 현지업체와 조인트벤처를 결성해 워터파크 사업 진출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를 위해 대명싱가포르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동남아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명그룹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한 M&A를 펼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제주의 샤인빌 럭셔리 리조트, 천안의 테딘패밀리리조트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만 추구하던 중견기업들이 그룹의 사세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M&A를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당분간 국내에서 중견기업들은 M&A 시장에서 매각자보다는 인수자로 나서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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