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인터뷰 - MC딩동
철저한 준비성으로 입소문…한 달 행사만 48개
SBS 공채 개그맨 9기로 데뷔
첫 단독 토크쇼 'MC딩동의 크레파스' 개최
"MC딩동을 아시나요?"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일반 대중이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MC딩동'의 이름을 들었을 때 여느 유명 개그맨들처럼 '아, 그 사람!'하고 선뜻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아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MC딩동'이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누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는 이름 뜻처럼 전국 구석구석의 행사장을 누빈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행사의 달인' 가수 장윤정, 홍진경도 인정했을 정도다. 각종 지역축제, 기업 행사는 물론이고 가수들의 앨범 발매 쇼케이스, 콘서트, 팬미팅 현장에 단골 진행자로 활약 중이다.
MC딩동(38·본명 허용운)은 2003년 연극배우 첫 데뷔 했다. 2005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2007년 SBS 서울방송 공채 9기 개그맨으로 정식 데뷔하였다. 현재는 사전 MC를 전업으로 삼고,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불후의 명곡' tvN 'SNL'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전 MC'란 방송 녹화를 시작하기 전 관객과 출연자 간에 아이스 브레이킹(분위기를 부드럽게 푸는 것)을 돕는다. 녹화 도중 돌발 상황이 생길 때면 무대에 올라 출연자와 관객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잘 마무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MC딩동'을 검색하면 '듣보잡(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뜹니다. 사전MC는 시청자들은 볼 수 없지만, 방송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죠. 그래서 저는 이 수식어를 '또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기분 좋은 수식어가 됩니다. (웃음)"
최근 MC딩동에게 '사전 MC계의 유재석'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영광"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유재석보다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에 관해 물었다.
"얼마나 능력이 뛰어나면 대중들이 '유느님'이라고 부르겠어요. 그런데 감히 말해볼게요. 유재석 선배는 인지도가 있어서 한 번에 '와~'하면서 시선을 끌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무대에 오르면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죠. 수 천명이 있어도 내 편으로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유재석이 선발투수고 메인이라면, 저는 구원투수 같은 존재입니다."
그에게서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MC딩동은 불과 6년 전만해도 행사 1~2개를 소화했다. 현재는 한 달에 50여 개로 늘었고, 연봉도 30만 원에서 3억 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직장인 평균 소득의 상위 0.3%에 해당하는 수입이다. 그 비결이 뭘까.
"앨범 발매 쇼케이스 같은 경우 의상을 미리 확인합니다. 제 옷이 튀지 않도록 맞추기 위해서죠. 1시간 전에 행사장에 도착해서 주인공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요. '떨린다'고 말하면 '떨린다고 하지 말고 설렌다고 하자'라고 말해주고, '부담된다'고 하면 '부담을 준다고 하지 말고 기대감을 준다고 하자'라면서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어주죠."
덕분에 연예인이 믿고 맡기는 쇼케이스 MC로 소문이 자자하다. 입소문은 대학 축제나 기업 행사로 이어졌다.
"기업이나 대학 행사에서는 근처 맛집, 자주 가는 회식 장소를 알아봐요. 마치 이 회사 직원인 것처럼 무대에 오릅니다. 행사 MC는 순발력과 재치만 있다고 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사전에 연구를 많이 하는 게 비결이죠."
전문 MC로 업계에서 인정받은 그는 2015년 후진 양성을 위해 '딩동해피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렸다. 최근 데뷔 첫 단독 토크쇼 'MC딩동의 크레파스'도 개최했다. 그 역시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는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도 각별하게 느껴졌다.
"MC를 꿈꾸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후배들이 많아요. 저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요. 그래서 회사를 차리게 됐고, 재능 있는 친구들이 그 끼를 마음껏 펼칠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어요. "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MC딩동의 최종 목표는 뭘까.
"오랜 시간 마이크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환갑 때도 아이돌 쇼케이스 진행하고 싶어요. 감을 잃지 않고 특화된 MC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소원도 있어요. 이 분야에는 재야의 고수가 정말 많습니다. 잘 알려진 방송 진행자만 MC라면 우리나라에 MC는 열 명 정도밖에 없어요. 그래서 방송 연예 대상처럼 행사 MC만을 위한 시상식을 열고 싶어요. 제 영향력이 커진다면 꼭 말입니다."
글= 김현진 / 사진=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