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레이너 바이스 교수 등 3명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거대한 블랙홀 충돌로 발생한 중력의 출렁임인 ‘중력파(重力波)’를 포착한 레이너 바이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85)와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명예교수(81), 킵 손 칼텍 명예교수(77)에게 돌아갔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힘을 받아 가속도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파동으로,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언했지만 지난 2015년 처음 그 존재가 포착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3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중력 변화가 파동처럼 전파되는 현상인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를 통해 실험적으로 입증해 우주 탄생과 진화 과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는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두 개 블랙홀 충돌 때 발생한 중력파 찾아
모든 질량을 가진 물체는 힘을 받으면 에너지가 연못의 물결처럼 파동으로 전달된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질량이 있는 물체가 가속도 운동을 하면 시공간을 일렁이게 하고 파동처럼 전파된다고 예측했다. 평소 사람이 뛰어다닐 때에도 이런 중력파가 발생하지만 워낙 파동이 작다 보니 직접 검출하기 어려웠다. 아인슈타인 이후 많은 과학자가 중력파 관측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과학자들은 우주로 눈을 돌렸다. 막대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합쳐지거나 초신성이 폭발할 때에도 중력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미세한 신호 검출에는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지어진 ‘ㄱ’ 자 모양의 길이 4㎞짜리 터널로 된 검출기가 동원됐다. ‘라이고’로 불리는 이 검출기 터널 끝에는 거울이 달려 있어 레이저 장치에서 발사한 빛을 반사한다. 먼 우주에서 온 중력파가 검출기를 지나치면 한쪽 터널을 늘어나게 하고 한쪽은 줄어들게 해 두 빛이 날아간 거리에 미세한 차이를 만든다. 빛이 280회 이상 터널 끝을 왕복하면서 생기는 거리 차이는 태양이 수소 원자의 지름만큼 움직인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차이가 간섭무늬를 만든다. 이 작은 무늬가 중력파의 존재를 증명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 신호는 지난 2015년 9월 14일 처음 검출됐다. 당시 검출된 중력파는 약 13억년 떨어진 태양의 29배와 36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 2개가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이 되면서 생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새 블랙홀은 태양의 3배 질량을 잃고 태양 질량의 62배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 월요일에 검출되다 보니 ‘월요일의 이벤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논문은 지난해 2월 12일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금세기 가장 뛰어난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40년 연구와 협력이 맺은 결실
바이스 교수는 1970년대 중반 미국 물리학자 앨버트 마이켈슨이 135년 전에 고안한 간섭계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LIGO 핵심인 레이저 간섭계의 현대적 설계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원래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두 사람과 별도로 1974년부터 독자적인 중력파 검출 실험을 해오다 1997년부터 함께 연구를 해왔다. 그는 1932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와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배리시 교수는 미국 오마하에서 태어나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7년 LIGO 소장을 맡아 당시 연구를 주도하던 바이스 교수, 고(故) 로널드 드레버 칼텍 명예교수와 초기 LIGO 구축을 주도했다. 배리시 교수는 당시 실험실에 머물던 연구를 실제 거대 시험시설로 만드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공헌을 했다.
LIGO 공동 설립자이자 공상과학(SF)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을 맡기도 했던 손 교수는 중력파 검출에 필요한 이론을 내놨다. 미국 출신인 손 교수는 무엇보다 별도로 중력파 연구를 진행하던 드레버 교수를 칼텍으로 영입해 LIGO 출범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가 크다. 손 교수는 LIGO가 과도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비판이 있을 때마다 과학적 근거를 들어 대중과 정부를 설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과학자의 위치에 선 것도 LIGO 추진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로로 인류는 그간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이 보지 못한 새로운 우주를 보게 됐다. 본격적인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미 라이고와 유럽연합의 중력파 연구단인 ‘VIRGO(버고)’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를 통해 블랙홀 실체를 하나둘 밝히고 있다. 이들 검출장치는 지난 2015년 9월 이후 지난 8월 14일까지 모두 네 차례나 중력파를 검출했다.
이번에 상을 받지는 않았지만 중력파 검출에는 한국 과학자들도 한몫했다. 지난해 중력파 검출 사실을 담은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는 세계 14개국 1006명의 과학자와 함께 이형목 서울대 교수,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소속 국내 과학자 14명도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내년 중반 라이고와 버고의 3차 가동이 시작하면 블랙홀 쌍성외에도 훨씬 신호가 작은 쌍성 중성자별도 관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들은 900만크로나(약 12억6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LIGO 설계와 중력파 검출의 일등공신인 바이스 명예교수가 절반을 배리시 명예교수와 손 명예교수가 각각 나머지를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 열린다. 노벨위원회는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이날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한 데 이어 화학상(4일), 문학상(5일), 평화상(6일), 경제학상(9일) 등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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