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협치를 모색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말못한 고민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을 계기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국민의당과 협치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대화 창구가 여의치 않아서다.
한 의원은 “국민의당 40명의 의원 가운데 호남 중진과 초선·비례 중심의 안철수 계와 확연히 나뉘어 있어 대화 채널을 단일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실제로 김동철 원내대표가 창구역할을 맡은 호남계 의원들과 안 대표 측근 사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형성돼 있다.안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출마때부서 출마를 만류하는 호남 중진들과 갈등을 빚어왔다.최근에는 김 대법원장 임명안을 두고 ‘권고적 당론’을 주장하는 호남 중진들과 의원 자율투표를 강행한 안 대표간에 의견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6선의 천정배 의원을 비롯 정동영 박주선 의원 등 호남 중진들과 광주·전남 초선들이 포함된 호남계와 안 대표가 사실상 공천을 준 비례대표 초선 중심의 안철수계로 확연히 구분된다.이들은 정부여당과에 대한 입장에서도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옛 민주당 시 한솥밭을 먹었던 호남계 중진들은 사안별로 지지와 반대입장을 취하는 실리형이다.반면에 안철수계는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선명성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국민의당과 협치를 강화하는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2개 채널을 통해 국민의당을 설득해야 하는 셈이다.오는 10월 임기가 끝나는 감사원장과 신임 헌법재판관 국회 동의 과정에서도 국민의당내 이같은 구도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남계와 안철수계는 선거구제 개편에 관해서 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양측은 “다당제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의같은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구제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면에서는 호남을 지역기반을 둔 국민의당의 고민이 숨어있다.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에서 현역 의원들의 생환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사실상 민주당과 국민의당간 일대일 대결 구도로 선거를 치뤄야하는 호남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국민의당으로선 선거구제 개편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정치개혁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당 안에 의견이 확연히 다른 2개의 그룹이 있다 보니 국민의당을 설득할 때 양쪽 모두에게 설명해야하는 고충이 있다”며 “정기국회 뿐 아니라 선거구제 개편을 두고도 논의할 사안들이 많은데 당분간 어쩔 수 없이 이런 번거로움을 감내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