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보다 대북제재 강조
미국 일각 "대북정책 혼선"
[ 김채연/김현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1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 “로켓맨과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한 북·미 간 대화는 불필요하다는 인식을 거듭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틸러슨 장관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며 “렉스, 에너지를 아껴라.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리틀 로켓맨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붙인 별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추가 트윗에서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왜 지금 효과가 있겠느냐”며 “클린턴이 실패했고, 부시가 실패했고, 오바마가 실패했다.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관계자를 만난 뒤 “평양과 2~3개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며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을 정면 반박하면서 대북 제재 강화 전략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미 간 대치 국면이 곧바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더라도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강조한 북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이 섣불리 대화에 나서면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를 느슨하게 하고 최근 들어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는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뒤집은 데 대해 미국의 대북 정책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과거 공화당 자문 역할을 한 더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 출신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트위터에 “우리가 진정 물리력을 써야 하게 된다 하더라도 당신이 임명한 국무장관의 외교적 노력을 조롱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틸러슨 장관이 조만간 사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했다.
버지니아주립대 정치센터 소장인 래리 사바토 교수도 “이게 대통령이 국무장관과 소통하는 방식이냐. 믿기 어렵다”고 썼다.
김채연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