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부품 설비투자 늘고
엔저 힘입어 수출산업도 호조
경기회복 '온기' 취업시장에 반영
구직자 1명당 2.5개 기업서 '러브콜'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 대형 제조업체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단칸(短觀)지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내에선 경기 회복이 거시지표뿐 아니라 체감경기에서도 확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2년 4월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가 사회 전반에 확실히 뿌리내려 열매를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마침 일본 주요 기업이 내년 봄 입사할 예정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잇따라 ‘내정식(입사 확인식)’을 여는 등 경기 회복의 ‘온기’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전·차 군단’이 이끈 경기 개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2일 올 3분기(7~9월)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 업무상황판단지수(DI)가 전 분기 대비 5포인트 상승한 2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네 분기 연속 대기업 체감경기가 개선된 것으로 2007년 3분기(23) 후 최고치다.
이 같은 지수 개선에는 일본 제조업의 양대 축인 전기·전자업종과 자동차업종에서 모두 설비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일본 제조업에서 파급력이 큰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체감경기 전반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호황에 편승한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자동차용 부품 생산과 투자도 대폭 개선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약세 등에 힘입어 일본 주력 산업 분야에서 수출 개선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반도체 관련 장비의 설비투자·자동차 부품 생산시설 확충이 뒤따르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일본판 ‘전·차(전기·자동차) 군단’이 경기 개선의 선봉에 서고 여기에 업황이 개선된 석유·석탄 관련 업종과 섬유 부문이 체감경기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날 발표된 단칸지수는 일본 경제가 위기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냈다는 상징성도 크다는 설명이다. 대기업 단칸지수는 22로 6월(17)은 물론 시장 예상치(18)를 크게 뛰어넘는 ‘깜짝 성과’를 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급격히 추락한 지수가 리먼사태 이전으로 복귀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완전 고용 ‘축포’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기업 영업이익, 민간설비 투자, 닛케이225지수 등 각종 주요 지표가 개선된 데 이어 기업 체감경기가 개선된 효과는 취업 시장에도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경기 개선에 생산인력 부족이 겹쳐 ‘일손 확보’가 급한 기업들은 서둘러 대졸 취업예정자 ‘입사 확인작업’에 나서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일본항공(JAL), 리소나그룹 등 일본 주요 기업은 2일 내년 봄 입사 예정 대학생을 대상으로 일제히 내정식을 열었다. 내정식은 정식 입사를 앞두고 ‘입사 내정 통지서’ 등을 부여해 기업이 입사 예정을 확인하고, 구직자는 ‘서약서’와 ‘승낙서’를 제출해 근로계약을 확인하는 행사다. 일본 주요 기업은 대학 졸업 6개월을 앞두고 내정식을 경쟁적으로 벌이면서 우수 인재 ‘입도선매(立稻先買)’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와 관련, 내년 봄 대졸자의 88% 이상이 이미 취업 기업이 결정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일본 취업전문 기업 리쿠르트커리어에 따르면 올 9월1일 기준으로 내년 3월 대졸자 중 취업 희망자의 88.4%가 취업할 기업이 확정됐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취업 내정자 중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학생 비율이 66.2%에 달했으며 구직 대학생 한 명당 평균 2.5개 기업에서 취업 합격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