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주거선호도 높은 지역 새집 공급 늘려야

입력 2017-10-01 16:10
수요와 동떨어진 공급정책은 필패
선호지역 용적률 완화해주는 대신
초과이익 환수, 소형 늘리는 방법도

권혁세 < 법무법인 율촌 고문·숙명여대 겸임교수 >


우리 경제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문제다. 가계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하고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마이너스 소득효과로 소비가 줄고 담보가치 하락으로 금융시스템에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은 경기 침체기에는 정부의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전·월세로 사는 무주택자여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주거비 부담을 증대시키고 내 집 마련 의욕을 좌절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런 부동산의 두 얼굴로 인해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온탕(규제 완화)과 냉탕(규제 강화)을 반복해 왔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유증으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새 정부는 출범 3개월도 안 돼 두 차례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차 대책보다 강력한 규제 조치를 담은 8·2 대책 이후 진정세를 보인 주택시장은 강남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꿈틀대고 있다. 향후 집값 전망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규제강화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분양시장을 과열시켜 집값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정부의 집값 규제 의지와 함께 조만간 가계부채종합대책이 예고돼 있어 지금의 상승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집값은 결국 수요와 공급 요인에 좌우돼 왔다. 수요 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시중 유동성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통화완화정책을 편 결과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계부채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 등 주택 관련 유동성 축소는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 전환, 저성장과 고령화 추세도 중장기적인 집값 하락 요인이다.

공급 면에서는 주택보급률, 특히 신규주택보급률과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이 중요한 변수다. 최근 재건축 분양시장에서 과열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서울 등 대도시 주택이 대부분 20~30년 이상된 노후주택이고 10년 이하 신규 주택은 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요즘 분양되는 아파트는 20~30년 전 지은 아파트와 비교하면 편리성이나 공간 활용 면에서 차원이 다른 신상품이다. 새집에 살고 싶어 하는 실수요자들에게 분양 관련 규제 강화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 전체 주택보급률보다는 신규주택보급률을 기준으로 주택공급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역대 정부에서 주택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수요와 동떨어진 공급정책에 기인한다. 주거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공급을 늘리지 않고 규제를 강화한 반면 수요가 적은 곳에는 신도시 건설 같은 방식으로 공급을 늘려 왔다. 그 결과 한쪽에는 공급 부족에 따른 희소성과 병목현상으로 분양시마다 가격이 치솟았고 다른 한쪽에는 가격 하락과 미분양 사태를 초래했다. 도쿄 주변에 위성도시를 건설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 한 일본은 오래전에 도심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로 돌아섰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에 새집 공급을 확대해 국민의 주거행복권을 충족시키면서 집값 안정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거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새집을 분양할 경우 새집 보급률이 일정 수준으로 높아질 때까지는 가격 상승이 수반될 수 있다.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만큼 초과이익을 환수해 임대주택이나 소형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역발상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변수는 인구구조 변화다. 베이비붐 시대에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주택정책을 펴 왔다. 지금은 월세를 선호하는 1~2인 가구가 50%를 넘는 상황임을 감안해 소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민간의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대전환을 이룰 필요가 있다.

권혁세 < 법무법인 율촌 고문·숙명여대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