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480만시대 연 상조시장, 구조조정 '성장통'

입력 2017-09-29 19:38
한경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총자산 4조 육박…부채비율 개선
회원 늘었지만 업체수 갈수록 줄어
중소업체 폐업·대형사 성장 '양극화'


[ 김서윤 기자 ]
지난 30여 년간 장례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상조산업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몇 년간 업체 수는 감소 추세지만 상조회사 납부금인 선수금 규모와 가입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선수금 100억원 이상인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더욱 탄탄한 상회사에 가입하려는 고객 욕구로 대형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상조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논리에 따라 자체적인 구조조정 속에서 상조산업이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과도기라는 해석을 내놨다.

◆상조업체 수 줄었지만 가입자는 늘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올해 6월 자료를 제출한 상조회사 174곳을 분석해 ‘2017년 상반기 선불식 할부거래업(상조업) 주요 정보 공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상조업체 가입자는 483만 명, 선수금 규모는 4조2285억원을 기록했다. 상조업체는 지난해 말보다 11개 줄었지만 회원은 45만 명 늘었다.


상조업계의 총자산은 3조92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329억원 증가했다.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111.6%로 지난해보다 줄었고 지급여력(고객에게 받은 선수금 대비 상조회사 자산 비율)은 90%로 증가했다. 선수금은 1500억원 늘어 총 4조2285억원이었다. 이 중 절반 정도인 2조1376억원은 공제조합·은행·지급보증을 통해 보전되고 있다. 58곳이 공제조합에 가입했고 110곳이 은행에 예치했다. 6곳은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았다.

상조회사는 2012년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공정위에 등록된 상조업체는 2014년 253개, 지난해 195개, 올해 6월 176개로 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조업계가 최근 들어 성장 정체기를 맞은 가운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 업체는 더욱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고 소형 상조업체 폐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21곳이 문을 닫고 폐업 처리했다. 업체 간 과도한 경쟁과 업종 자체의 수익성 악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폐업한 업체들은 가입 회원이 1000명 미만인 곳이었다.

◆재무건전성은 개선 추세

업체 수는 줄고 있지만 상조업체의 재무건전성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분위기다. 특히 대형 상조업체가 회원 수와 선수금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선수금을 100억원 이상 보유한 대형 상조회사는 가입 회원이 50만 명 증가했고, 선수금은 1853억원 늘었다. 가입자가 5만 명 이상인 업체는 23곳으로 전체의 13.1%를 차지했다. 이들 23곳에 가입한 회원은 398만 명이다. 전체 회원 483만 명의 82.4%가 대형 업체에 몰려 있는 셈이다.

최근 수년간 중대형 상조업체의 잇단 도산으로 시장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고객은 폐업 후 환급금을 지급받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상조업계의 고객 빼앗기, 대량 해약 등은 업계 신뢰도 악화로 이어졌고 공정위에서는 상조 시장에 칼날을 겨누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1월 설립 최저 자본금을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리고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등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상조회사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며 불황을 극복할 방안을 찾았다. 장례식 상품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데 국한하지 않고 신사업에 투자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줄기세포 보관, 크루즈 여행 상품이 히트했다. 줄기세포 보관 상품은 에이플러스라이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다. 세포 보관 상품은 할부 거래 방식이 아니어서 회사 매출로 직결된다. 크루즈 상품은 상조 가입자가 장례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때 적립금으로 크루즈 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녀들이 부모님 환갑이나 칠순 때 효도여행을 보내드릴 목적으로 가입하는 일이 많다는 후문이다.

김서윤 한경비즈니스 기자 s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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