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긴 추석 연휴, 탈 없이 보내려면
위장병 40% 명절에 발생
동태전·갈비찜부터 유과·식혜까지
삼시세끼 고칼로리로 소화불량
시중 소화제 과식엔 무용지물
조리법만 바꿔도 칼로리 ‘뚝’
채소는 데친 후 물에 볶고 튀김 재료는 큼지막하게 썰어 조리
간도 ‘명절 증후군’ 시달려
연이은 과음 췌장염 위험 높여
숙취 남은 상태서 운전은 금물
[ 이지현 기자 ] 최장 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건강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명절에는 느슨한 마음가짐 때문에 생활 리듬이 깨지기 쉽다. ‘며칠 정도인데 어때’라는 생각을 하며 과식이나 과음하는 사람이 많다. 소화불량 위장장애 간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평소 간 건강이 나빠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도 차례주를 음복하며 굳게 다짐한 금주 결심이 무너지기도 한다. 전이나 튀김 등 기름진 음식,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어 명절이 끝난 뒤 체중이 불어나는 사람도 많다. 명절 기간에는 문을 여는 의료기관이 적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즐거운 명절이 고통스러운 명절로 바뀔 우려가 있다. 추석 명절 연휴 기간 과음과 과식을 피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봤다.
1~2월, 9~10월 소화불량 환자 급증
1년 중 소화불량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설과 추석이 있는 1~2월과 9~10월이다. 이 시기 전체 환자의 40% 정도가 집중된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명절에는 전,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이나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빨리 먹다가 급체, 배탈 등 소화불량 증상을 겪기 쉽다”며 “평소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가벼운 소화불량이 위경련이나 급성 위염, 급성 장염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소화불량은 신체활동에 비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많이 마실 때 생길 가능성이 높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명치가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배가 꼬이는 듯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과음 과식을 하지 않아도 명절에는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스트레스지수가 높아진다. 몸이 피곤해지면 위나 장이 운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화불량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전 원장은 “추석에도 평소 먹던 식습관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며 “식사 뒤에 바로 눕지 말고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추석에는 소량의 음식을 자주 먹는 일이 많아 과식을 해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1인분 식사량을 재두고 의식적으로 정해진 양만 먹는 것이 좋다. 과식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시중 소화제는 소화기관 기능이 떨어졌을 때 효과가 있는 약으로, 과식에는 무용지물”이라며 “죽이나 미음으로 한두 끼 먹으면서 소화기관이 제 기능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만약 과식 후 복통 열 설사 등이 동반되면 식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소아나 노인에게 증상이 있으면 응급실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명절은 다이어트의 적
건강 문제로 체중관리를 하는 사람에게 추석 연휴는 고통스러운 시기다. 연휴가 지난 뒤 체중이 2~3㎏씩 늘어나는 사람도 흔하다. 명절 음식은 매끼 외식하는 것과 열량이 비슷하다. 일반적인 한국식 한 끼 열량은 450~550㎉ 정도다. 추석에 먹는 송편 5~6개는 밥 한 그릇인 300㎉ 정도 열량이다. 가족과 담소하며 식사하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된다. 다이어트한다고 음식을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명절 후에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는 사람도 많다.
명절 기간에도 체중관리 계획을 유지하려면 제때 식사를 잘 챙겨 먹고 간식을 줄여야 한다. 식사를 지나치게 줄이면 중간에 배가 고파 간식을 찾게 된다. 간식으로 떡과 전 등을 먹게 되는데 이는 높은 칼로리 섭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추석 간식으로 먹는 약과와 유과는 각각 170㎉, 120㎉의 고열량식이다. 식혜나 맥주는 100㎉ 정도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칼로리 낮은 방법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채소는 한번 데쳐서 조리하고 기름 대신 물로 볶을 수 있는 것은 물을 사용해 볶는 것이 좋다. 튀김용 재료는 가급적 큼직하게 썰어 쓰고 팬을 뜨겁게 달군 뒤 기름을 둘러 사용하면 기름 흡수를 줄일 수 있다. 송편에 참기름을 지나치게 많이 바르는 것도 삼간다. 식혜 수정과 등에 설탕을 많이 넣는 것보다는 기본 재료에 충실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명절 음식은 기름진 전, 구이, 튀김류가 많다.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벽에 상처를 내고 쌓여 황반변성, 동맥경화 등의 원인이 된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은 명절 음식은 적당량 먹어야 한다. 적절한 양의 견과류나 차를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분해 효과가 있다.
연휴 교통사고 사망, 절반이 음주 탓
추석 명절 건강을 해치는 주범 중 하나는 과음이다. 알코올이 흡수된 뒤 배출되는 과정에서 몸속 중성지방이 증가해 간에 축적된다. 명절에는 기름진 음식을 안주로 먹게 된다. 이 때문에 간 속에는 지방이 더 축적된다. 과음하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췌장염 위험이 높아진다. 전 원장은 “간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넘으면 지방간”이라며 “알코올성 지방간은 과음하는 사람의 80~90%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명절 기간 연이어 과음하면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간경화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과음은 눈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과음하면 노안이 일찍 올 가능성이 있다. 노안은 눈의 수정체가 노화로 탄력을 잃고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질환이다. 가까운 거리를 보는 시력이 떨어진다. 술을 마시면 눈 근육이 빨리 노화한다. 활성산소가 생겨 수정체도 혼탁해진다. 박영순 아이러브안과 원장은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금주하거나 술을 조금만 마셔야 한다”고 했다.
과음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으려면 술을 마신 뒤 48시간 이상 금주해야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는 절대 잡지 말아야 한다. 연휴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절반 이상은 음주와 연관된 사고다. 가족 중 술을 마신 사람이 있으면 운전을 하지 않도록 말려야 한다. 과음으로 심한 숙취 증상이 있다면 물이나 주스를 충분히 마시며 술이 해독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추석 연휴는 각종 사고 환자로 응급실이 가장 붐비는 시기다. 단순한 과음으로 응급실을 찾는 일은 삼가야 한다.
도움말=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 박영순 아이러브안과 원장, 박민선·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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