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년들의 눈빛을 보라!

입력 2017-09-28 18:44
기찬수 < 병무청장 kchs5410@korea.kr >


몇 해 전 ‘N포 세대’가 그해 신조어로 꼽힌 적이 있다. 취업난 등으로 인생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는 청년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를 넘어 다른 것도 다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빗댔다. 인문계 출신 90%가 논다는 ‘인구론’,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 아홉 가지는 돼야 한다는 ‘취업 9종 세트’도 있었다.

상황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서 15~29세 실업률은 9.4%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도 22.5%로 올랐다. 청년들의 한숨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병역 의무는 군 복무 기간만큼의 경력 단절과 전역 후 취업 고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고졸 이하 청년에게 취업문은 바늘구멍처럼 느껴질 법하다.

병무청은 2014년부터 ‘취업 맞춤 특기병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격이나 전공이 없는 고졸 이하 병역의무자가 입영 전 기술훈련을 받은 뒤 관련 분야 기술병으로 복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전역 이후에도 취업 등 원활한 사회 진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맞춤형 인력이 군에 투입되면서 군의 인력 수급과 부대 운용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을 활용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취업 맞춤 특기병 지원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모집인원은 1800명으로 전년보다 38.5% 늘어났다. 지원 자격도 ‘고졸 이하’에서 ‘폴리텍대 또는 방송통신대 졸업자’로 확대했다. 시기는 4~12월에서 연중 모집으로 늘렸다.

실제 한 청년은 펜싱 선수의 꿈을 접고 방황하다 취업 맞춤 특기병 제도를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게 됐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18세부터 모집병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던 한 청년도 6개월간의 전기용접 기술훈련을 받고 한 달 만에 특기병으로 입대할 수 있었다. 전역 후 반듯한 전기회사 취업에 성공했음은 물론이다.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청년들의 눈빛을 보라’는 말이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청년들의 눈빛에서는 나라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청년을 위한 정책은 그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고민에서 나와야 한다. 병역의무도 더 이상 인생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 취업 맞춤 특기병 제도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 하나로도 충분하다.

기찬수 < 병무청장 kchs5410@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