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브랜드인터내셔널(RBI) 스토랑브랜드인터내셔널(RBI)
대니얼 슈워츠CEO
[ 박상익 기자 ]
2013년 세계적 패스트푸드 기업 버거킹의 마이애미 매장에서 햄버거를 만들고 있는 30대 청년이 있었다. 햄버거를 만들며 열심히 매장 내부를 오가는 모습은 다른 직원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는 버거킹의 최고경영자(CEO)였다.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맨으로 일하던 대니얼 슈워츠는 2013년 버거킹 CEO로 전격 발탁됐다. 1981년생으로 당시 나이 만 32세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 기업의 CEO 평균 연령이 50대임을 생각하면 새파란 애송이가 대장이 된 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고 2012년 뉴욕증시 재상장 당시 46억달러(약 5조2394억원)였던 기업가치를 2년 만에 90억달러로 키워냈다.
월가 영재에서 패스트푸드 리더로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자란 슈워츠는 대학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나 삼촌처럼 치과의사나 의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다른 학생들에게 과외를 하며 돈을 번 그는 코넬대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기업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알테어캐피털매니지먼트, 크레디트스위스 등에서 애널리스트,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아 경력을 쌓았다. 그는 2005년 브라질계 사모펀드 3G캐피털에 입사해 3년 만에 회사 파트너 자리에 올랐다. 이것이 그의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3G캐피털은 자신들이 인수한 기업에 임원을 기용할 때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보다 젊은 재무 전문가를 자주 선택해왔다. 3G캐피털 공동창업자이자 브라질 거부 중 한 명인 호르헤 파울루 레만은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인재를 발굴하는 데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회사는 이렇게 모은 인재들이 능력과 잠재력을 보이면 즉각적으로 보상을 제공하고 요직을 맡긴다.
3G캐피털은 버거킹을 인수한 뒤 2010년 슈워츠를 버거킹으로 보냈다. 인수 작업에 참여한 슈워츠는 그곳에서 직접 일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수석부사장 등을 거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된 그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나는 서른 살이었고 일반 회사에서 일한 적도 없었기에 초반에는 분명히 편안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금방 적응한 슈워츠는 곧 CEO의 자리에 올랐다.
현장에 문제와 답이 모두 있다
버거킹의 리더가 된 슈워츠는 성장 정체의 원인과 해결책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버거킹 매장 주방으로 향했다. 그는 몇 달 동안 사무실과 매장 주방을 오가며 패티를 구워 햄버거를 만들고, 고객 주문도 받았다. 화장실 청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곧 문제점을 발견했다. 어떤 소스와 토핑이 어느 햄버거에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던 데다 업무 효율도 떨어진 상태였다. 문제를 파악한 슈워츠는 첫 번째로 버거킹에서 팔던 수십 가지 메뉴를 삭제했다. 이후 신제품을 출시할 때는 이전보다 엄격한 절차를 적용했다.
회사가 지출하는 비용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비용 절감은 슈워츠가 3G캐피털에서 배운 특기 중 하나였다. 비용을 줄이고 실적을 올려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것은 투자회사의 미덕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회사 소유 제트기를 매각하고 이탈리아에서 매년 여는 100만달러짜리 호화 파티를 없애버렸다. 사무실이 공항 건너편에 있는데 일반 여객기 대신 전세기를 탄다는 것은 슈워츠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용 절감이 답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던 슈워츠는 사무실에서의 불필요한 비품 낭비를 줄이고 자신에게 주어지던 임원 특전도 거절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삿돈은 내 것처럼 써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설명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감원도 감내했다. 그는 회사 본부 직원을 줄여 남는 인원을 매장에 재배치했다. 회사 직영 매장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일반에 매각해 비용을 줄였다. 회사가 소유하던 매장은 2010년 1300개에서 71개로 줄었다.
세계 3위 패스트푸드 기업 CEO가 되다
시간이 지나며 슈워츠의 강력한 경영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메뉴를 줄인 회사는 정교한 접근 방식으로 신제품을 출시했다. 중구난방식 메뉴 대신 소비자 욕구를 파악한 치킨프라이, 맥앤치토스 같은 메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는 브라질,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매장을 확장했다. 그 결과 4년 만에 21% 늘어난 1만6769개가 됐다. 3G캐피털이 버거킹을 인수했을 때 140억달러였던 연 매출은 182억달러로 증가했다.
이후 3G캐피털은 캐나다 커피 체인인 팀호튼을 2014년 인수하고 버거킹과 함께 두 회사를 관리하는 모기업 레스토랑브랜드인터내셔널(RBI)을 만들었다. RBI는 올해 파파이스 치킨을 18억달러에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버거킹 CEO에서 RBI CEO가 된 슈워츠는 이들 브랜드의 총괄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슈워츠가 버거킹 CEO를 맡았을 때 버거킹의 시장 가치는 90억달러였지만 이제 RBI는 기업가치가 27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3위 패스트푸드 업체가 됐다. 주가도 지난해에만 35% 뛰었다. 이에 대한 노력에 걸맞게 그가 벌어들이는 수입만 600만달러가 넘는다.
버거킹, 팀호튼, 파파이스 등으로 꾸려진 RBI는 세계 1위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날드를 추격하고 있다. 아직은 다소 격차가 있지만 전도유망한 30대 CEO 슈워츠는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슈워츠의 집은 마이애미에 있지만 그는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장을 다녀야 배울 수 있다는 신조 때문이다. 그는 회사를 성장시킨 지금도 “보잉 737 여객기가 내집 같다”며 현장을 살피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3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