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 취업난, 일본 구인난 '통했다'…韓인재 찾아나선 日기업

입력 2017-09-28 17:22
수정 2017-09-29 07:40
한일재단 '청년인재 일본기업 채용 상담회'
2~3곳 합격후 기업 골라가는 일본 대학생
한국 청년들 "야근·회식 싫어 일본 가고파"


“기계·전기 분야 인력을 뽑으려고 한국에 왔어요. 일본은 청년층이 줄어든 데다 도요타, 소니 같은 자동차회사, 전자업체가 이 분야 인력을 대거 채용해 인재 확보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채용상담회’에서 만난 기린㈜ 인사총무부 쓰치야 요헤이 씨는 “일본의 구인난을 체감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기린은 맥주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식음료 제조회사다. 인지도 높은 유명 기업이지만 일손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쓰치야 씨는 “한국에는 기계·전기 전공자가 많고 능력도 우수해 면접을 거쳐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기업 채용상담회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2015년부터 개최하는 행사다. 일본 참여기업은 첫해 17곳에서 올해 33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닛산자동차, 일본전산 토소크 등 현지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한양대·건국대·동국대 등 국내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지원자 500여 명 중 직접 서류심사를 거쳐 추린 210명이 이날 면접을 봤다. 일본 기업들은 최종 40명 내외를 뽑을 계획이다.

일본 기업이 해외에 눈을 돌리는 것은 현지 인력부족 때문이다.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은퇴와 청년층 부족이 겹쳤다. 저출산으로 인해 1990년대 중후반 시작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세가 한층 가팔라졌고 최근 경기 호전이 맞물렸다. 한광희 한일경상학회장(한신대 교수)은 “두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 특히 대기업 중심 양적 완화를 펼친 ‘아베노믹스’의 낙수 효과가 중소기업까지 퍼진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2~3년 전부터는 도리어 구직자가 기업을 골라 가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도쿄의 웬만한 대학 졸업반이면 합격한 기업 두세 군데를 놓고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구직자가 갑(甲), 기업이 을(乙)이라는 것이다. 가와바타 케이치 긴키금속㈜ 대표는 “일본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자 수가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구인 공고를 내면 1~2주 만에 사람을 구했는데 이제는 한 달이 지나도 못 구하는 형편”이라고 귀띔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취업난이 심각한 한국 청년들도 일본 취업에 관심을 보였다. 올 2월 경남 인제대를 졸업한 주재형 씨(26)는 국내 취업을 포기했다. 정보기술(IT) 분야 취업을 원하는 주 씨는 “전공이 IT와 별로 관련성 없는데 국내는 전공자나 관련 경력을 요구한다. 신입사원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지 않은 일본 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회에 참여한 대다수 일본 기업은 지난해 채용한 한국인 신입사원을 아직 업무에 투입하지 않고 있다. 1년가량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가급적 신입사원을 현업에 바로 투입되기를 원하는 국내 기업 문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욕구도 한국 청년들이 일본 취업을 원하는 요인이다. 한국산업기술대 4학년 김혜원 씨(22)는 “양국 기업에 모두 합격하면 일본 기업에 입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야근이나 회식 문화가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기업들은 초임이 국내 기업보다 높지는 않지만 기본급 외에 수당이 많고 대부분 장기근속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한일재단 서석숭 전무는 “채용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한국의 취업난과 일본의 구인난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양국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인 만큼 채용상담회가 한일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서울서 한국청년 채용 나선 닛산자동차·기린 등 33개 일본 기업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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