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업황 분석
김도하 < SK증권 연구위원 doha.kim@sk.com >
한국의 생명보험업종은 오래간만에 수익성이 회복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생명보험업종은 한동안 성장성과 수익성이 둔화되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보험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시장금리 상승세가 업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에 주력
먼저 보험 상품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살펴보면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성장성보다 수익성이 양호한 보장성 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과거엔 판매하기 쉽고 회사 외형 확대에 유리한 저축성 보험이 성장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보험사의 운용수익성 악화로 저축성 보험의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판매를 강화해야 할 이유가 약해졌다.
보험산업은 2021년 대대적인 회계기준 변경(IFRS17)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보험부채 부담은 적은 보장성 보험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장성 보험은 저축성 상품보다 판매가 어렵고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작으므로 신계약 시 보험료 규모는 줄어들지만 대형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마진을 키우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만기가 긴 보험상품의 특성상 신계약이 회사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긴 호흡에서 체질개선엔 분명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도 긍정적
생명보험 업황 개선의 두 번째 요인은 시장금리 상승이다. 생명보험사는 수취한 보험료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전까지 적절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차익을 거둔다. 보험 특성상 안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운용자산의 80% 이상을 이자부자산에 투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수년간 하락세를 지속하던 시장금리 탓에 생명보험업종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은 저하됐다. 그러나 2016년 9월 말을 기점으로 국내외 금리가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9월 말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42%에서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2.12%로 급상승했다. 최근에는 2.2%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면서 시장금리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떨어졌던 생명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생명보험사의 자산 만기 구조(듀레이션)가 대체로 6~8년 수준임을 고려하면 시장금리 상승이 투자수익률에 반영되는 것 또한 긴 호흡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투자영업이익 증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임은 분명하다.
◆중소형사 자본확충 여력은 변수
긴 침체기를 지나 회복기를 맞은 생명보험업종에도 우려 요인은 있다. 앞서 언급한 회계기준의 변경을 앞두고 보험사 자본 문제가 불거지는 가운데 대형 생보사와 소형 생보사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게 그중 하나다.
2021년 도입될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은 지금보다 보험사의 부채를 크게 평가해 자본이 줄어들게 된다. 다른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보험 역시 감독당국의 자본 규제를 받고 있다.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자본이 줄어들더라도 일정 수준의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유도하며 현재 시점에 맞는 자본 규제도 강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자본확충의 여력이 부족한 일부 중소형사다. 고금리부 손실계약 부담이 커서 회계기준 변경 시 부채 증가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거나 대주주가 자본을 확충해줄 능력이 부족한 회사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 유보를 통해 내부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양호한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면서 회사의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자본비율이 낮은 일부 생보사의 경우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가 제한적이므로 공격적인 영업이 어렵고 방카슈랑스나 전속설계사 조직 등 영업 인프라도 약하다.
자본확충 방법으로는 후순위채권 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 반면 자본비율이 좋지 않은 보험사 채권이나 자본증권은 수요예측 시 미달이 발생하거나 더 높은 조달금리를 필요로 해 부담을 키우기도 한다.
다행히 지난 5월 발표된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의 기준서는 보험업계 현실을 일부 반영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실무적용 방침을 논의하기 위해 세계 보험사에서 선출한 9명의 전문가 중엔 국내 최대 생보사 관계자가 포함돼 한국 보험업종의 특수성을 회계기준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김도하 < SK증권 연구위원 doha.kim@s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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