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발포주 신제품 필라이트가 맥주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출시 4개월여만에 5000만캔 이상을 판매하며 시장에 안착한 것. 가성비에 민감한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선전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8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라이트는 지난 8월말 기준 누적 판매량이 5000만 캔을 넘어섰다. 4월 25일 출시 이후 125일 만이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 1600만 캔을 팔아치우며 기세가 오르고 있다.
특히 이같은 판매량을 가정용 유통망(대형마트·편의점·슈퍼)으로만 기록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 5월말 출시된 롯데주류의 피츠 슈퍼클리어가 출시 100일만에 4000만 병을 팔아치웠지만 여기에는 업소용(식당·주점 등) 비중이 65%에 달한다.
필라이트가 선전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가격'이다. 맥아 함량을 10% 미만으로 낮춰 맥주가 아닌 제3맥주로 분류, 세금을 크게 낮춘 덕이다. 이 때문에 마트에서는 기존 맥주의 3분의2 수준인 캔당 833원에 팔린다. 4캔 1만원짜리 수입맥주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실제 필라이트는 '12캔 1만원' 이라는 마케팅으로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2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학교 OT나 MT 등 주류를 대량 구매할 때는 물론 집이나 공원 등에서도 가볍게 마시기 좋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다.
맛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이른바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다.
기존 맥주와 차별화되는 디자인도 강점이다. 귀여운 코끼리가 그려진 캔에 FiLite라는 로고가 아기자기한 폰트로 쓰여 있어 맥주가 아닌 음료수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필라이트가 선전하면서 맥주 부문 실적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 3분기 실적을 매출 2544억원, 영업이익 87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이트 등 기존 맥주의 판매가 주춤하지만 필라이트와 수입맥주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필라이트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걱정했던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와의 카니발라이제이션도 거의 나타나지 않은 채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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