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로 소비 부진…소매업체, 판매 촉진에 활용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은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조차 대다수 상점과 식당이 신용카드 결제를 받지 않아 불편할 때가 많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금유통잔액 비율은 19.4%로 미국(7.9%), 한국(5.5%), 스웨덴(1.7%) 등보다 훨씬 높다.
이는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사용이 다른 국가보다 활성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미용실에서부터 고급 레스토랑, 온라인 만화 구입, 가전양판점 등에 이르기까지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이 가상화폐 사용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인구구조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일본경제산업연구소(RIETI)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전통적인 일본 사회의 단결성과 연결이 크게 약해졌다”며 “작은 지역 단위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지역 단위, 기업 단위의 가상화폐 발행과 사용이 쉬운 환경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고령화로 2인 이상 세대 월 소비는 2009년 32만128엔(약 323만9000원)에서 2014년 31만3747엔으로 줄어들었다. 기존 화폐 시스템만으로는 거래와 소비를 활성화하고 젊은 층 소비를 늘리는 데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8월 일본 유명 백화점인 마루이는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젊은 층의 유행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에서 일본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와 파트너십을 맺고 비트코인으로 백화점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가전제품 매장인 빅카메라와 여행·식음료·외식·미용 관련 결제지원 서비스업체 리크루트라이프스타일 등도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다.
금융회사는 고비용 인력이 많이 필요한 지점 중심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블록체인 기술로 저렴한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자 가상화폐로 눈을 돌렸다.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체크는 비트코인을 일정 기간 맡기면 정기금리가 붙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금융회사 SBI그룹은 가상화폐와 엔화 간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형은행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리소나은행, 요코하마은행 등 70개 금융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체 가상화폐인 ‘J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현 다카야마시에 있는 히다신용조합은 지역 음식점과 소매점에서 사용할 지역 단위 가상통화를 이달 하순 도입할 예정이다. 긴테쓰그룹홀딩스는 오사카에서 지역 가상화폐 실증실험을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