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의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다.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를 기록한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쟁력 하락 추세가 올해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한국 순위가 이처럼 지지부진한 데는 고질적인 노동과 금융 부문의 낮은 경쟁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137개국 중 73위로 금융시장 성숙도(74위)와 함께 종합순위를 끌어내린 주요 요인이다. 총 12개 평가 부문 중 거시경제(2위), 인프라(8위), 시장규모(13위) 등 높은 순위를 받은 부문의 점수를 노동과 금융 부문이 모두 까먹은 셈이다. WEF는 특히 “낮은 노동시장 효율성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만성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노사 간 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2위) 등이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이 잘 말해준다.
정규직 강성 노조 주도로 주요 사업장에서 파업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양대 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빠져 사회적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노동 부문 순위에는 마이너스 요인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동시장 효율성이 앞으로 높아지기는커녕 더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양대지침’ 폐기 등 노동시장 유연성과는 반대 방향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양대지침’은 이전 정부의 거의 유일한 노동개혁이었다. 더욱 걱정되는 대목은 현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도 불구하고 노동계 요구가 끊일 줄 모른다는 것이다. ‘양대지침’ 폐기를 노사정위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던 노동계는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오라”는 등 또 다른 요구를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가 계속 ‘촛불 청구서’를 내미는 한, 노동시장 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중국은 지난해 28위였던 국가경쟁력 순위가 27위로 올라서며 바로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이러다간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도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