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 1년 만에 기로에 놓였다.
심리적 저지선을 제공해 과도한 접대 문화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동시에 외식, 농축산물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올 연말까지 김영란법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로 현재 3·5·10만원(식사, 선물, 경조사비)인 허용가액을 어디까지 상향 조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를 중심으로 현재 김영란법 허용 가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3·5·10만원인 허용 가액을 높이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다.
김영란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은 여당과 정부가 먼저 꺼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타격을 받는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 경제·사회적 영향을 분석해 연말까지 보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당은 '김영란법 대책 태스크포스(TF)'회의를 열고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김영란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당은 지난 26일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첫 명절이었던 지난 설에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거래액이 전년 대비 25.8% 감소했다"며 "선물용 난을 포함한 화훼업계 매출도 40% 이상 줄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김영란법 시행령상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으로' 허용되는 가액 기준을 식사 10만원, 선물 10만원, 경조사비 5만원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시행령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돼 있다. 경조사비는 기존 공무원 행동강령과 동일하게 5만원으로 줄이고, 식사와 선물의 허용 가액을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다.
관련 부처들도 허용 가액 상향 조정에 대해 뜻을 같이 하고 있는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선물 가액 기준을 1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이미 국회에 요청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일반 국민이나 공무원 입장에서는 현재 수준이 더 부담될 수도 있다"며 "주무부처인 권익위원회에 명분을 주기 위해 경조사비를 내리는 5·10·5만원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액 기준을 높이는 것 외에 국산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설과 추석 명절 기간에 한해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여론이 변수다. 국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김영란법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8~22일 전국 성인 25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행대로 김영란법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1.4%로 가장 많았다.
"국내산 농축수산물에만 예외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5.6%에 그쳤다. "식사·선물 10만원, 경조사비 5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도 25.3%에 불과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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