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핑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환율 안정…외환보유액도 증가"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중국에서 위안화 환율을 자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내부에서도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황이핑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은 중국의 금융분야 싱크탱크인 중국금융40인포럼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금이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이 시장에서 정해지도록 하는 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와 외환보유액이 장기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도 5개월 연속 증가했다.
황 위원은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자율화하려는) 의지와 결의만 있다면 지금 바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외환당국은 위안화 절상 혹은 절하 둘 중 하나와 싸워야 했다”며 “당국은 그동안 반복해서 환율 결정시스템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기에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고 밝혀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안정된 만큼 환율 개혁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역설했다.
SCMP는 중국 당국이 보고서 내용을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인민은행 내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한 저명 전문가가 권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중국금융40인포럼은 4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경제 전문가 40명으로 이뤄진 민간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주쥐안 인민은행 국제사 사장, 쉬중 인민은행 연구국 국장, 주민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 겸 전 인민은행 부행장 등 인민은행 주요 전·현직 관계자도 참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을 현재의 기준환율 대비 ±2%에서 ±3%로 확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관리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매일 오전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공표한다.
앞서 인민은행과 대표적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 산하 경제전문 매체도 잇달아 위안화 환율 변동 폭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인민은행이 발간하는 금융시보는 지난 7월 1면에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줄이고 환율 변동 폭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전문가 칼럼을 실었다. 지난달엔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중국증권보가 1면 사설을 통해 “지금이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의 변동 폭을 키우는 데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