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경제' 밀어붙이는 J노믹스… 성장엔진 식어가는 한국

입력 2017-09-25 18:56
한국경제 창간 53

일본 경제 달리는데 한국은…

복지에 치중하는 한국
'을의 눈물'만 닦아주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혁신 성장' 과제 11% 그쳐

복지·보건·노동 예산 146조
혁신성장 예산은 2조원 안돼

규제프리존법 등 여당 반대
기업 "정부, 규제 더 풀어야"


[ 김은정 기자 ] 국가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청사진에서 혁신과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지고 있다. 새 정부는 복지를 통한 재분배와 이를 통한 소득 확충을 핵심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 정책의 전면에 내세웠다. 기업 투자와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급 중심의 성장이 외면받고 있다.

정부의 핵심 성장정책 과제 중 그나마 10%를 갓 넘은 혁신 성장 정책마저 추진 속도가 지지부진해 이대로라면 ‘제로(0) 성장’ 시대가 남 얘기가 아니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혁신·성장 키워드 사라져

한국경제신문이 LG경제연구원과 함께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분석한 결과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 등 정부의 네 바퀴 성장정책 방향 중 혁신 성장에 해당하는 과제는 서비스산업 혁신,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규제 재설계를 포함해 전체의 1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국정과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권력기관 개혁,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등 공정 경제(51개)에 해당하는 과제였다. 그 뒤를 소득주도 성장(27개), 일자리 중심 경제(11개)가 이었다.

이런 방향은 정부의 첫 예산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달 말 확정된 2018년 예산 총지출액은 429조원이다. 올해 본예산(400조5000억원)보다 7.1%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고꾸라진 직후인 2009년 예산 증가율(10.7%)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다. 대부분 복지 확충에 배정됐다.

만 0~5세 아동 1인당 월 10만원을 주는 아동수당 신설, 소득 하위 70% 노인(만 65세 이상)에게 월 20만원씩 주는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으로 하는 기초연금 인상,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등 당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이 모조리 반영됐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직접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당초 계획에 없던 과제 수행에 필요한 예산도 얹어졌다.

이렇다 보니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총 146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의 34.1%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12.9%로 가장 높다. 세계적으로 미래 먹거리가 달린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잠자는 혁신 촉진 법안들

그나마 국정과제로 선정된 서비스산업 혁신, 규제 재설계,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 등 혁신 성장 정책마저 추진 동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국무조정실은 4차 산업혁명을 대상으로 각종 규제를 재설계한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의 규제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정 지역에 특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로 통과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소득주도 성장과 북한 핵 이슈 등과 맞물려 우선순위에서 밀려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격의료 허용 등을 담고 있는 서비스업발전기본법도 이명박 정부 때부터 국회에 계류돼 있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오는 11월 서비스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 상업화에 부정적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오히려 일자리위원회 등 관계부처 간 서비스산업 혁신 방안을 두고 주도권 싸움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혁신성장 관련 예산이 전체의 0.4%에 불과해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발표된 혁신성장 관련 정책조차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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