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부터 하루도 놓지 않은 골프채 잠시나마 내려놓고 백수로 살고 싶네요"
군대를 짐이라고 생각한적 없어…정신적으로 강해져 큰 도움 될것
[ 최진석 기자 ] “군 입대 전까지 골프채를 내려놓고 싶네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노승열(25·나이키골프·사진)이 오는 11월28일 군 입대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덟 살 때부터 하루도 골프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잠시나마 ‘일반인’ ‘백수’로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PGA투어를 마감하고 지난 24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제네시스챔피언십에 출전했다. 2년 만에 출전한 이번 국내 대회에서 그는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치며 공동 5위로 마감했다. 경기가 끝난 뒤 노승열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다음달 열리는 최경주인비테이셔널 참가를 끝으로 군에 입대한다”고 밝혔다.
프로골퍼에게 군 입대는 부담이다. 날선 경기 감각과 실력이 무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승열은 “군대를 짐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갔다 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정신적으로 강해져 플레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군 입대를 결정한 이유로 그는 “특별한 의미는 없고 더 늦기 전에 빨리 갖다 와야 할 것 같아서 결정했다”며 “전역한 뒤에도 PGA투어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전역한 배상문(31)은 2년여 만에 출전한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 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노승열은 “상문이 형도 2년 뒤 출전한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지만 금방 적응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상문이 형만큼 잘 치는 선수는 없다. 골프를 오래 떠나서 감이 떨어졌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나 자신도 2년간의 공백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승열은 2005년 허정구배 제52회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14세)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아시안투어와 유럽프로골프(EPGA)투어를 거친 노승열은 PGA투어에서 6시즌 동안 뛰며 1승을 기록했다. 그는 배상문처럼 전역 후 1년간 PGA투어 시드권을 유지한다.
그는 “투어에 진출했을 때 가장 기뻤고 시합하는 순간마다 즐거웠다”며 “상금 액수도 크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라운딩하는 게 행운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 골퍼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PGA투어는 진입장벽이 높지만 일단 진입하면 시드를 유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며 “한국 프로 선수들은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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