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항공수요 폭발적 성장세
창업은 쉽고 운항기준 엄격히 해
항공경쟁력·소비자편익 높여야
허희영 <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 >
항공사 창업이 가시밭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로 예정됐던 에어로케이의 사업면허 결정을 또다시 연기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경우라면 어땠을까. 선진국에선 항공시장 진입이 자유롭다. 미국 연방항공국(FAA)과 유럽 항공우주국(EASA)의 사업면허는 경영진의 인적 관리역량, 항공안전과 재무계획을 포함한 사업계획, 사업자의 신용상태와 사고 전과 등의 준법기록 세 가지만 심사하고, 사업개시 후 1년간의 사업내용을 통해 적합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일본의 심사과정에는 재무요건 등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대부분의 국가가 까다롭지 않은 요건으로 사업면허를 발급한다. 비행기의 취항을 허가하는 운항증명(AOC) 단계에서 엄격한 심사를 하기 때문이다. 창업은 자유롭게 하되 엄격한 운항기준을 통해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3월 항공기 3대와 납입자본금 150억원으로 정하고 있는 면허기준에다 운영자금의 평가 등을 추가해 규제를 강화했다. 면허심사가 장기화하는 동안 한편에서는 소비자의 피해와 시장포화, 저비용항공사(LCC)의 난립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는 시장포화로 인해 피해를 보고 안전을 위협받는가. 돈이 벌리는 시장일수록 신규사업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쟁을 통해 업계의 경쟁력은 강화된다. 시장포화란 과잉공급으로 인해 더 이상 시장이 확대되지 못하는 불균형 상태를 뜻한다. 연중 좌석예약이 어렵고 흑자 순항 중인 국내 LCC들이 경쟁적으로 항공기를 도입하는 시장은 포화상태가 아니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낮은 운임과 개선된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의 편익은 늘어난다.
물론 영업마진이 낮고 외부요인에 민감한 시장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후발주자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런데도 세계적으로 항공사 설립이 늘어나는 것은 충분한 시장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항공여객의 증가추세는 보편적 현상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향후 10년간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두 배 이상으로 항공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예측한다. 작년에는 세계적으로 여객이 8.6% 증가해 새로운 기록까지 세웠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은 성장세가 특히 폭발적이다. LCC가 여객운송의 60%를 담당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LCC는 항공자유화협정에 힘입어 요즘 중국에 매주 한 번꼴로 운항노선을 개설하고 있다. 신설항공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것이다.
300개가 넘는 항공사가 등록돼 있는 중국은 인구 500만 명 이상의 도시에 거점을 둔 LCC 설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전국에 260개의 국제공항 건설이 완료되면, 80개가 넘는 지방공항 거점의 지역항공사들이 LCC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에는 세계 4대 항공사로 성장한 초대형 LCC인 사우스웨스트항공뿐 아니라 75개의 지역항공사가 이미 LCC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세계 항공업계의 새로운 조류는 시장의 융합과 분화현상이다. 전통적인 항공사와 LCC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에어는 50인승급 미만의 소형기로 틈새시장에 도전한다. 플라이양양은 설악산 권역에 외국인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관광항공사(TCC)가 되는 것이 목표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한 에어로케이는 수도권의 제3공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 배경이다.
종전의 LCC 프레임으로는 글로벌시장의 빠른 진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LCC를 공공재로 착각하거나 시장실패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신설 항공사에 대한 규제는 항공안전 확보와 공정한 경쟁 룰에만 한정돼야 한다. 신설 항공사의 등장은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키워 외국 항공사들의 시장공략에 맞서고, 지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면서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순기능이 훨씬 더 크다.
허희영 <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