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끄는 기업·기업인]<30> 네이버 이해진

입력 2017-09-25 09:01
삼성SDS 직원이던 이해진은 검색엔진에 푹 빠졌다
네이버로 독립한 뒤 '한게임'과 합병 … 단번에 포털1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모바일앱은 아마도 카카오톡일 것 같다. 필자도 최소한 하루 한두 번은 들어가는 것 같다. 국내 가입자 수가 4300만 명(글로벌 포함 4900만 명)이니 5000만 국민의 거의 대부분이 가입돼있는 셈이다(2017년 6월 말 현재).

통장을 털어 독립하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세계 시장을 보면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네이버가 출시한 메신저 앱, 라인은 카카오를 훌쩍 뛰어넘는다. 누적 이용자 수가 10억 명을 넘었고 월 활성화 이용자 수는 2억1500만 명도 더 된다. 2016년 3월의 자료이니 지금은 더 많아졌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이용자가 많은데도 우리가 피부로 못 느끼는 것은 사용자들이 일본과 대만, 태국 등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앱으로 세계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카카오톡 김범수와의 인연

네이버는 1999년 삼성SDS 직원이던 이해진이 세웠다. 다들 잘 알고 있듯이 그 출발은 PC 기반의 검색 엔진이었다. 그는 인터넷이 막 등장하던 시절 검색의 매력에 푹 빠져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사내 벤처 1호 기업을 만들고 이름을 ‘검색하는 사람, navigator’에서 따온 네이버(Naver)로 짓는다. 본인과 팀원들이 각자의 통장을 털어 3억5000만원을 만들었고, 삼성SDS로부터 1억5000만원을 투자 받아 자본금 5억원으로 독립 법인 네이버컴을 출범시켰다.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음, 야후, 라이코스 등 선발업체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트래픽을 늘려야 했다. 마침 친구이던 김범수의 한게임이 네티즌들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2000년 4월 이해진은 네이버를 한게임 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NHN을 설립했다. 김범수 한게임 사장을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맞아들였다. 한게임과 네이버의 시너지 효과는 컸다. 합병 당시 89억원이던 매출은 2002년 740억원으로 늘었고 트래픽은 5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네이버는 정보검색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또 검색을 넘어 사용자들이 웹툰, 게임, 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였다. 그것을 기반으로 수익성도 높여갔다. 이제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검색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인터넷 포털 기업 수익률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PC 포털시장에서는 절대 강자가 되었지만 그 기반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생활의 기반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휴식을 위해 회사를 떠났던 친구 김범수가 카카오톡을 들고 강력한 경쟁자가 되어 돌아왔다. 뭔가를 해야 했다. 2011년 네이버의 강력한 기존 서비스들을 기반으로 해서 모바일 메신저앱 네이버톡을 출시했다.

일본 태국 대만 등 해외로 진출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카카오톡을 쓰고 있는 네티즌들이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카카오톡 가입자는 2000만 명인데 네이버톡은 55만 명에 불과했다. 이해진은 외국으로 방향을 틀어서 일본 시장을 겨냥했다. 철저한 현지화를 지향했다. 현지화된 제품을 내놨고 개발도 현지인이 주도하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2년 7월 일본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기세를 몰아 동남아와 유럽으로 진출했고 대만과 태국, 스페인에서 1위의 자리에 올랐다(가입자 수 기준).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그렇다. 소프트웨어는 국내의 벽을 넘어서지 못함을 싸이월드 사례로 경험했다. 이해진은 그 벽을 넘어 서고 싶어 한다. 일본과 동남아에서는 그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다음은 미국과 유럽 시장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 인정받으려면 한국어의 벽을 넘어서야 할 것이고 기존의 서비스를 인공지능, 가상현실 테크놀로지를 잘 결합해야 할 것이다. 모두의 마음을 끌 수 있는 감성적 매력도 갖춰야 할 것이다. 그 일에 성공해서 네이버가 페이스북과 구글을 능가하는 세계인의 미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기억해 주세요

네이버는 1999년 삼성SDS 직원이던 이해진이 세웠다. 그 출발은 PC 기반의 검색 엔진이었다. 그는 인터넷이 막 등장하던 시절 검색의 매력에 푹 빠져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사내 벤처 1호 기업을 만들고 이름을 ‘검색하는 사람, navigator’에서 따온 네이버(Naver)로 지었다.

김정호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