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녀 잃은 로레알…지배구조에 변화 오나

입력 2017-09-24 18:18
수정 2017-09-25 05:46
베탕쿠르가 보유지분 33%
특수관계인 네슬레 지분변화 주목


[ 박상익 기자 ]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프랑스 로레알의 상속녀이자 세계 최고 여성 갑부인 릴리안 베탕쿠르(사진)가 지난 20일 세상을 떠나면서 로레알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로레알 지분 23.2%를 가진 네슬레가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설지, 반대로 지분을 매각할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탕쿠르의 별세로 지배구조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22일 로레알 주가는 2.46% 상승한 180.95유로로 마감했다. 네슬레가 로레알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네슬레는 베탕쿠르가 세상을 떠나도 6개월 동안은 로레알 지분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1922년 로레알 창업주 외젠 쉴레르의 외동딸로 태어난 베탕쿠르는 1957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회사를 물려받았다. 1974년 집권 사회당이 회사를 국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위스계 다국적 식품기업 네슬레와 손을 잡았다. 로레알은 지분 절반을 네슬레에 위탁하고 상대 지분 3%를 받아 지금까지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탕쿠르 가문의 로레알 지분율은 33.31%다.

네슬레도 로레알 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베탕쿠르 가족에게 진실한 애도를 전할 때”라는 의견만 내놨다. 약속된 기한이 끝나는 내년 3월 이후를 놓고 시장에서는 현상 유지, 네슬레의 로레알 지분 매입 또는 매각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네슬레의 로레알 지분 확대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반대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대니얼 롭이 이끄는 미국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네슬레의 주주 수익률이 크게 낮다”며 “로레알 지분을 전부 매각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며칠 뒤 네슬레는 200억스위스프랑(약 23조4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고성장 분야에 자본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네슬레가 주식 일부를 베탕쿠르 가문에 매각하면 자사주 추가 매입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베탕쿠르 가문은 보유 중인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 지분(9.4%)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프랑스 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지분을 3분의 1 이상 보유하려면 의무적으로 전 주식을 공개 매수해야 한다. 이에 따른 금액은 600억유로(약 81조4356억원)에 달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