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이 동료 여경을 통해 피해 여성과 합의를 시도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입건된 남성 경찰은 피해자에게 자신이 경찰인 사실을 숨겼고, 동료 여경은 사건 수사관으로 가장해 피해 여성에게 접근, 동료 남성의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부산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남경찰청 소속 A 경사는 지난 3일 경남 함양군의 한 펜션 객실에서 혼자 잠자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A경사는 같이 근무하던 여경 B경사에게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B경사는 결국 지난 8일 부산에서 피해자를 만났다. 사건 담당도 아닌 B경사는 피해자에게 자신을 성추행 사건과 관련 경찰관이라고 소개해 피해자를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당시 피해자는 사건 담당 여경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내 B경사는 "가해자는 동료 경찰관이다. 직장을 잃게 돼 불쌍하다"는 취지로 합의를 부탁했다. 피해자는 이때 가해남성이 경찰관이란 사실을 알았다. 피해여성은 그동안 경찰에 수차례 가해자와 합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가해자가 경찰이라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담당 수사관도 아닌 A와 B 경사는 피해여성의 직장 등 개인정보도 알고 있었다.
놀란 피해자는 곧바로 화장실로 가 "경찰관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 같다"며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경사를 금정경찰서로 이송했다. 며칠 뒤 A 경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피해자의 직장을 알게 된 경위를 물었다.
B경사는 "A경사 부부가 피해자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해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라며 "피해자 직장은 A경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면서 "다른 경로를 통해 피해자의 직장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경사는 최근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임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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