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소니, 스마트폰 강국에서 '리스너'를 외치다

입력 2017-09-22 10:42
소니, 앞선 기술로 무선 이어폰·헤드폰 시장에서 강세
스마트폰 신제품, 시장에선 약세지만 '기술'은 눈여겨 봐야…



소니에게 '9월의 한국'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스마트폰부터 이어폰까지 각종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내놓는 시기여서다. 심지어 세계에서 '한국 첫 출시' 제품까지 있다.

국내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소니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를 떠올릴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다소 조용하긴 하지만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XZ1(XPERIA™ XZ1)는 지난 12일부터 7일간 사전 사전 예약 접수를 거쳐 지난 20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의아한 대목은 이제부터다. 스마트폰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0일. 소니는 가수 아이유를 대동하고 '헤드셋 시리즈 3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소니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마케팅 책임자들이 자리에 배석했다.

소니는 그렇게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와 LG전자의 V30, 애플의 아이폰X까지 공개된 마당에 새로나온 이어폰과 넥밴드, 헤드폰을 설명하고 있었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멘트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소니관계자들의 손에 들려 있는 다양한 엑스페리아들을 보면서 '소니 행사장에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정도였다. 동시에 '아무리 한국 시장에서는 약체라지만 그래도 출시날인데 너무 신경을 안쓰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때즈음 한 기자에게서 "소니는 철수보다는 뭐든 꾸준히 하는 것 같아"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우리나라는 굵직한 제조사가 있고 관심이 높은 탓에 '스마트폰 천국'이라고 불린다. 스마트폰 교체주기도 평균 2.2년으로 다른 나라의 사용기간(2.72년)보다 짧다는 조사도 있다. 스마트폰 바꾸는데는 아낌이 없지만, 주변 기기를 사는 데에는 인색한 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가능한 대표적인 활동인 음악듣기에 있어서도 그렇다. 이어폰은 스마트폰을 살 때 끼워주는 '액세서리' 정도로 취급하고 30~4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는 목에 걸어 통화도 하고 음악도 듣는 '넥밴드'를 선호한다. 국내 사운드 시장은 특이하게도 넥밴드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작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용량이 늘어나고 고음질 음원들이 쏟아지는데다 통화보다는 SNS로 소통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다. 유선 대신 무선 제품들이 쏟아졌고 스마트폰으로 '듣기'만을 원하는 '리스너'들이 증가했다.

소니 내부 시장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추세는 감지된다. 아시아지역에서 스마트폰과 주로 연결하는 무선 헤드폰과 이어폰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에는 작년대비 145%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변화의 길목을 '기술'로 지키고 있던 소니의 활약은 발군이다. 올해 7월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무선 헤드폰·이어폰 점유율은 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체 시장에서 27%를 점유하면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헤드폰만 따로놓고 보면 66%의 점유율로 압도적이다.

소니는 이 같은 비결로 '꾸준한 기술 개발'을 꼽고 있다. 소니의 '리스너'를 위한 기술도전은 꽤 오래전부터였다. 음악을 듣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듣는 것'이고 그 다음은 '소니'를 통해 듣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아웃도어(밖)에서 음악을 듣게해 줄 '워크맨'이 호황인 시절이 있었다. 이후 디지털 음원의 득세와 스마트폰의 시장확장으로 위축됐을 줄 알았던 시장에서도 소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소니는 2008년 밖에서도 고요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인 '노이즈 캔슬링'을 탑재한 제품을 내놓는다. 이후 지속된 기술개발을 거쳐 '밖에서 고요하게 무선으로 고해상도의 음악을 즐기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이렇게 진화된 제품이 작년에 나온 무선헤드폰'MDR-1000X'다.

최근 소니의 활약은 'MDR-1000X' 덕분이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나온 신제품은 이를 업그레이드한 'WH-1000XM2'다. 이달초 독일 가전박람회인 'IFA 2017'에서 첫 선을 보인 후 한국에서 첫 출시했다. 같이 나온 제품으로는 무선이어폰인 'WF-1000X'와 한국시장을 고려해 특별히 내놓은 넥밴드인 'WI-1000X'도 있다.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컨슈머부문 사장도 기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소니가 추구하는 가치는 '라스트 원 인치(Last One Inch)'"라며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전하기 위해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제품들은 세계 최초로 주변 상황에 따라서 노이즈 캔슬링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소리를 음악, 소음, 목소리로 구분해서 상황에 따라 볼륨을 알아서 조정해준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걷는 중이라면 음악 뿐만 아니라 소음,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고 차량으로 이동중이라면 음악만 감상할 수 있다. 머리스타일이 바뀌거나 비행기를 타서 공기압이 달라져도 헤드폰이 자동으로 조절돼 불편함이 없다. 꼈다 벗었다를 할 필요없다. 소니의 가치대로 바로 옆에 둘 수 밖에 없는 제품이 됐다.

소니가 내놓은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Z1'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예상대로다. 외관에 베젤(테두리)이 있다보니 디자인으로 조롱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디자인이 뒤쳐졌다고 해서 담겨있는 기술까지 무시해서는 안된다.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기술을 바탕으로 소니가 '스마트폰 부활'을 또 언제 이끌지 모를 일이다. 겉모습만 보고 넘어가기에는 '기술'에 눈이 가는 건 이 때문이다.

엑스페리아 XZ1은 스마트폰 업계 최초로 고품질 3D 스캐닝을 실현하는 ‘3D 크리에이터(3D Creator)’ 기능이 탑재됐다. 3D 피사체를 빠르고 간편하게 스캐닝할 수 있다. 머리, 얼굴, 음식 및 자유형태의 4가지 스캔 모드를 이용해 단 1분만에 고품질 3D 스캔을 실행할 수 있다.

카메라 AR(증강현실) 효과 이용을 위한 아바타 생성, 움직이는 배경화면 설정 등도 가능하다. 소셜 미디어에서 친구들과 3D 스티커 공유 또는 3D 프린터를 통한 기념품 제작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용도로도 즐길 수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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