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콘텐츠 전쟁
(8) 롯데홈쇼핑 LBL
'일상 속 럭셔리' 내세워 40~50대 여성 집중 공략
가격도 일반 브랜드 절반…석 달 만에 매출 600억
[ 안재광 기자 ]
롯데홈쇼핑은 지난 7일 자체브랜드(PB) LBL 신상품을 내놨다. 캐시미어 소재 니트, 숄, 롱코트 등이었다. 두 시간 방송했는데 약 50억원어치가 팔렸다. 호주산 울과 터키산 무스탕을 소재로 쓴 ‘터키산 양털 무스탕 니트 코트’는 준비 물량 21억원어치가 30분 만에 다 나갔다.
LBL(Life Better Life)은 ‘일상 속 럭셔리’란 콘셉트로 롯데홈쇼핑이 작년 9월 처음 선보인 패션 PB다. CJ오쇼핑의 베라왕, GS샵의 쏘울 등 경쟁사 패션 PB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에 비해 시작이 3~4년 늦은 만큼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다.
롯데홈쇼핑은 소재에 가장 신경을 썼다. 소재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롯데홈쇼핑은 전략이 서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을 찾아 나섰다. 유럽, 북미 업체들이 대상이었다. “명품에 버금가는 고품질 옷을 저렴한 가격에 팔려고 한다. 수요가 충분해 최소 연 100억원 이상 소재를 구매하려고 한다”며 소재업체들을 설득했다. 이탈리아 방직 기업 브레스키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브레스키는 3대째 캐시미어와 울 소재만 생산하는 강소기업이다. 가죽과 양털 소재를 생산하는 스페인 라도마도 소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마케팅, 판매 등을 총괄할 ‘LBL 전담팀’도 꾸렸다. 10년 이상 경력의 패션 전문 상품기획자(MD) 5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패션 트렌드를 파악하고, 고급 소재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제조사를 찾았다. 명품 브랜드 옷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 4곳에 제조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롯데백화점 여성 의류팀장을 지낸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힘을 실어 줬다.
잠재적 소비자의 요구를 기획 단계부터 반영했다. 홈쇼핑 주 고객인 40~50대 여성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이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사전 전략 미팅만 30번 했다. LBL 제품만 배송하는 전용 상자를 만드는 등 명품의 느낌을 주기 위해 신경 썼다.
작년 9월 첫 TV 홈쇼핑 방송에서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100% 캐시미어 소재의 ‘지블리노 코트’를 40분 만에 31억원어치 팔았다. ‘홀가먼트 롱니트’는 사전주문에서 5분 만에 동났다. 3개월 만에 주문액이 600억원을 넘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반 매장에서 100만원이 넘는 고급 캐시미어 코트를 절반 가격인 40만~50만원에 판매한 게 적중했다.
롯데홈쇼핑은 LBL 상품을 올해는 구스다운 아우터, 롱 원피스 등으로 확장했다. 침구, 스포츠의류 등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LBL 매출 목표는 700억원이다. 강재준 롯데홈쇼핑 콘텐츠개발부문장은 “LBL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어 재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패션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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